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로 돌아온 손석구.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로 돌아온 손석구.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손석구가 영화 ‘댓글부대’(감독 안국진)로 관객 앞에 섰다. 전형성을 탈피한 기자 안상진으로 분한 그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초석을 다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오늘(27일) 개봉한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 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의 신작이다. 온라인 여론 조작이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신선한 스토리를 완성한다. 

극 중 손석구는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쓰고 정직당한 뒤 복직을 노리는 기자 임상진을 연기했다. 임상진은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좇는 캐릭터로, 정의감 넘치는 기자 캐릭터에서 탈피한 인물이다. 손석구는 복직을 위해 ‘팀알렙’을 집요하게 쫓으며 점차 변해가는 임상진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 몰입을 이끈다. 

손석구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을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등 ‘댓글부대’와 함께 한 순간을 떠올렸다. 쉼 없는 행보 속 마주한 연기적 고민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손석구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작품을 택한 이유는. 

“항상 감독님을 보고 선택하는데 이번에도 안국진 감독님 때문에 택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면서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을 다루잖나. 그게 좋았다. ‘댓글부대’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에 대한 믿음으로 택했다.”

-기자 역할이었다. 어떻게 접근했나.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판타지가 씌인 직업군이 아니기 때문에 예민하고 리얼하게 다가가지 않으면 들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어려웠다. 연구도 많이 하고 실제 기자분들을 만나기도 했다. 관련 다큐멘터리도 봤다. 직업군마다 그 직업인으로 살면서 갖게 되는 생리가 있잖나. 그 정도만 이해하고 나머지는 상상력으로 채우고자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초반 빌드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엔딩으로 갈수록 감독님이 하고 싶은 게 명확했기 때문에 침투할 수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초반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어떤 식으로 오보성 기사를 쓰고 어떤 식으로 좌천돼서 컴백하려고 하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떻게 ‘팀알렙’과의 만남이 이뤄지는지 일련의 과정이 기자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납득되게 하면 다음 이야기는 그냥 가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물의 감정이 널뛰는 것을 보여주면서 관객과 일치되길 바랐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활약상이 펼쳐지잖나. 그 전까지가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임상진이라는 사람을 통해 초석을 다지는 단계, 그것을 어떻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할지 고민했다.”

-‘팀알’ 김성철‧김동휘‧홍경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정말 잘하더라. ‘올빼미’에서 (김)성철을 봤을 때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고, (홍)경이 같은 경우에도 타고난 센스가 있는 것 같았다. (김)동휘도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배우 특성에 맞게 캐릭터를 잘 디자인한 것 같다. 현장에서도 되게 어른스러워서 내가 동생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자기들끼리도 각자 역할이 있는 것 같더라. 현장에서도 보기 좋았고 연기도 정말 잘했다.”

기자 임상진을 연기한 손석구.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기자 임상진을 연기한 손석구.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 속 벌어지는 사건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믿고 연기했나. 

“나는 영화 속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아닌지 모른다. 그것을 명확하게 하는 게 우리 영화의 역할 혹은 주제는 아닌 것 같아서 나 역시 그걸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니까 궁극적으로 엔터테이닝해야 하잖나.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가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은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진짜라고 한다면 알아봐야 할 게 많을 것이고 가짜라고 하더라도 파생된 의심이나 질문이 생기잖나. 또 가짜가 진짜가 될 수 있는 사회를 반영한다고도 생각한다. 사회적인 이슈에 접근할 때 중립 기어에 놓고 의견을 갖지 말아야지 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것을 알기가 너무 어려워진 사회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가 됐다가 음모론이 됐다가 한다. 또 그걸 너무 파고 들어가다 임상진 기자 같은 사람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 그 현상이 재밌다.”

-뉴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도 했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평소 뉴스를 많이 본다. 좋아하고. 영화 ‘트레이닝 데이’에서 신입 형사 에단 호크가 신문을 보고 있는 덴젤 워싱턴에게 와서 질문을 하자 ‘왜 재밌는 시간을 방해하냐, 신문만큼 재밌는 게 없는데’라는 대사를 한다. 그 말에 너무 공감했다. 뉴스가 가진 정보의 가치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아무리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해도 그 안에 있는 인간군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뉴스를 보는 게 재밌다.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각자의 해석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가까운 내 친구에게도 뉴스가 있잖나. 그것은 내가 판단 가능한 영역이다. 그런데 활자를 통해 나라에 무슨 일이 있고 어떤 기업에 어떤 일이 있고 이런 범죄가 있었고 이런 건 모르는 정보를 글을 통해 보는 거잖나. 그런 의미에서는 소설책이나 다를 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손석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석구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말했다.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연기적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채워나가고 있나.

“내가 가져가는 변화가 과하면 안되는 것 같다. 대중은 변화된 무언가를 보길 바라잖나. 그런데 내 생각에 가장 좋은 것은 인지되지 않는 정도의 변화다. 스며들듯 가는 게 내가 대중과 서로 부답스럽지 않게 오래 갈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자칫 나의 밑천이 드러날 것 같다는 조바심 때문에 큰 변화를 줬을 때 분명히 탈이 나는 것 같다. 이번에 빨간색을 했다면 다음에 파란색을 하려고 하는데 분명히 빨간색을 보지 못한 분들도 많을 거란 말이다. 빨간색을 본 사람들만을 위해 파란색을 한다면 지금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빨간색이 있는데 그걸 다 하지 않고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내 나이와 정서에 할 수 있는 연기가 있다면 그걸 하고 싶다. 나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변화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극도의 변화를 시도하면 무리수가 생기더라. 너무 빨리 가도 좋지 않은 것 같다. 과하게 하지 말자.”

-배우로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도 궁금하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잖나. 하고 싶은 걸 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줘서 어느 정도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열정을 찾아 뭔가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서른 중반이나 마흔 정도 되면 그것을 찾길 포기하는 경우도 많잖나. 그런 분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긍정적인 영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