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무료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 대부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쿠팡
쿠팡이 오는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무료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 대부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 쿠팡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 중에서는 쿠팡이 지난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하면서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들 간 규모의 전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 ‘5무(無)’ 넘어 전국 ‘쿠세권’까지… “2026년까지 ‘3조원’ 투자할 것”

쿠팡은 오는 2026년까지 3년 동안 3조원 이상을 투자해 무료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전국 대부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신규 풀필먼트센터(FC) 확장과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이 포함된 수치다.

쿠팡은 △김천(경북) △제천(충북) △부산 △이천(경기) △천안(충남) △대전 △광주 △울산 등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한다고 전했다. 광주‧대전은 올해 물류 시설 투자를 마무리하고 운영을 시작한다. 부산‧이천 FC는 오는 2분기, 김천 FC는 3분기 착공 예정이다. 충북 제천 FC는 4분기 착공 계획으로 순차적으로 신규 FC 투자를 확대할 전망이다.

이러한 투자 확대를 기반으로 쿠팡은 2027년까지 사실상 ‘전국 인구 100% 무료 로켓배송’을 목표한다. 현재 쿠팡은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 로켓배송을 시행 중이다. 내년부터 이를 확대해 2027년부터는 약 230여개 시군구에서 로켓배송이 가능할 전망이다.

쿠팡은 지난 10년간 6조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 쿠팡이 이번에 새롭게 ‘쿠세권(로켓배송이 가능한 지역)’으로 진출하는 지역엔 도서산간지역도 상당수 포함된다. 대표적으로 2020년부터 시행한 제주도와 우도가 있다.

이런 가운데 무료 배송·배달·반품·직구와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5무(無)’를 내세우는 와우 멤버십 혜택도 확대한다. 쿠팡은 지난해 무료 배송과 쿠팡플레이 콘텐츠, 상품 할인에 4조원 가량의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최근에는 쿠팡이츠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와우회원 ‘배달비 0원 시대’를 열었다고 전했다.

◇ 한국에 물류센터 짓는 ‘알리’… 국내 이커머스 기업 ‘긴장’

쿠팡의 대규모 투자를 두고 유통업계선 알리익스프레스가 최근 투자한 금액의 두 배 이상 규모로 맞대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4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는 향후 3년간 11억달러(약 1조4,800억원)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투자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 안에 18만㎡의 통합물류센터를 지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판매 상품의 배송 기간을 줄인다. 또한 한국 판매자의 글로벌 판매를 돕는 데 1억달러도 투입한다.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소싱 센터를 세우고 오는 6월부터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수 있는 채널을 개설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데이터분석 전문기업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의 결제 금액은 올해 2월 기준 전년동월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자 수는 800만명을 돌파했다. 알리와 함께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테무는 국내 서비스 출시 6개월 만에 결제 금액은 25배(2월 기준 약 250억원), 사용자 수는 11배(581만명) 늘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자, 국내 이커머스 기업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이 국내서 쿠팡을 밀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 모양새다.

유진투자증권은 12일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쿠팡과 네이버가 절대 강자를 두고 싸우는 와중에, 중국 기업까지 국내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배송‧반품‧환불 편의성은 한국 이커머스들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충격은 없겠다”고 분석을 내놨다.

특히 쿠팡이 이번 투자로 전국적인 ‘쿠세권’을 완성하게 된다면 오히려 경쟁우위를 압도적으로 차지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물류센터를 짓고 신속한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수도권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이 글로벌 2위 이커머스 기업인 만큼 자금력을 기반으로 추가 투자를 이어나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유진투자증권은 “식품 비중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그나마 중국 이커머스의 등장에도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비식품과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쿠팡보다는 네이버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리의 최근 전략을 보면 입점‧거래 수수료 혜택으로 식품을 비롯한 셀러들을 유입시킬 것으로 보인다”면서 “쿠팡은 직매입 비중이 90% 이상이므로, 비식품과 오픈마켓에 강점을 가진 네이버의 점유율을 알리익스프레스가 좀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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