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때문에 안락사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강경 주장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도심 지역 대표적인 병충해인 ‘쥐’의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어 보호해야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픽사베이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때문에 안락사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강경 주장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도심 지역 대표적인 병충해인 ‘쥐’의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어 보호해야한다는 주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길고양이 개체 수 증가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중 하나다.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주변 환경을 오염시키고 심각한 소음도 유발한다. 하수구, 주차장, 지하실 등 비위생적인 공간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질병 전파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서울시 등 7대 광역시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는 약 70만 마리 수준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길고양이가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병충해 방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동물단체 및 고양이 애호가들은 고양이가 도심 지역 대표적인 병충해인 ‘쥐’의 개체 수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중세시대 흑사병이 창궐한 원인이 고양이 개체 수 감소 때문이라는 이야기는 널리 퍼진 소문 중 하나다.

실제로 길고양이를 쥐 퇴치에 이용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미국의 ‘블루 컬러 캣(Blue Collar Cats)’이다. 2017년 미국 워싱턴 동물단체 ‘인도적 구조연합(Humane rescue alliance, HRA)’에서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는 쥐 잡기에 길고양이를 투입하는 프로젝트다. 일명 ‘고양이 근로자 고용’이라고도 불린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는 정말로 쥐 개체 수 감소 등 병충해 방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포식자로써 길고양이는 쥐 개체 수 감소에 별다른 이점이 없다. 2018년 미국 포덤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79일 동안 길고양이가 쥐를 사냥한 것은 2번에 불과했다./ 독자 제보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포식자로써 길고양이는 쥐 개체 수 감소에 별다른 이점이 없다. 2018년 미국 포덤대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79일 동안 길고양이가 쥐를 사냥한 것은 2번에 불과했다./ 독자 제보

◇ 길고양이, ‘쥐잡기 효과’ 거의 없어… 두 달 간 사냥 성공 ‘2번’

길고양이가 쥐 개체 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는 과학계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온 연구 주제다. 대표적인 관련 연구 사례는 미국 포덤대학교 생명과학과 연구팀과 호주 시드니대학교 생명환경과학부 연구팀이 공동 진행한 연구다. 공동연구팀이 2018년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Frontiers)’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도심 지역 내 길고양이는 쥐 사냥 확률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 지역에 살고 있는 120~150마리의 도시 쥐 무리에 길고양이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각 지역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79일간 쥐와 고양이의 행동을 기록했다.

관찰 결과, 고양이는 총 259번 쥐 서식지에 관심 행동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중 쥐를 쫓는 행동을 보인 것은 20번에 불과했다. 이것이 실제 사냥 행동으로 이어진 것은 단 3번이었다. 그마저도 성공한 것은 두 번뿐이었다. 즉 고양이는 도시 쥐를 잘 잡지 못하고 먹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양이들은 259번의 관심 행동 중 46.3%(120건)는 서식지 입구 근처를 서성이는 것 뿐이었고 직접적으로 쥐를 추격한 것은 20건에 불과했다”며 “그나마 있었던 3번의 사냥에서도 한번은 쥐가 도망치다 멈춰 고양이를 쳐다보자 추격을 멈춰버려 고양이가 쥐 사냥에 흥미가 별로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또다른 연구사례도 있다. 2009년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교 분자 미생물학 및 면역학과 연구팀은 2년 간 볼티모어의 고밀도 주거 지역에 있는 20개 블록 내에서 쥐들이 죽은 이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약 56%는 쥐덫, 차량 등 복합적 사망 요인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고양이에 의한 사냥도 포함됐으나 이 모든 요인 모두 쥐 개체군 크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길고양이들이 도심 지역에서 쥐를 사냥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각한 병해충인 도시 쥐는 ‘큰 쥐(Rat)’다. 이들의 크기는 생쥐보다 평균 2배 이상 크고 이빨도 날카롭다./ 뉴시스
길고양이들이 도심 지역에서 쥐를 사냥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심각한 병해충인 도시 쥐는 ‘큰 쥐(Rat)’다. 이들의 크기는 생쥐보다 평균 2배 이상 크고 이빨도 날카롭다./ 뉴시스

◇ 고양이가 잡기엔 너무 큰 도시 쥐들… 사냥은 작은 종만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도심 지역에 서식하는 쥐의 종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에 서식하는 커다란 쥐는 고양이들이 사냥하기도 어려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쥐는 ‘생쥐(Mouse)’다. 크기가 작고 이빨도 날카롭지 않고 주로 집 안에 서식한다. 쉽게 말해 ‘톰과 제리’에 등장하는 작고 귀여운 쥐가 생쥐류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심각한 병해충인 도시 쥐는 ‘큰 쥐(Rat)’다. 이들의 크기는 생쥐보다 평균 두 배 이상 크고 이빨도 날카롭다. 뿐만 아니라 무리지어 생활하기 때문에 단독 생활을 주로 하는 길고양이가 사냥하기 쉽지 않은 존재다.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고양이가 잡은 쥐들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는 162g 미만 크기가 작은 어린 쥐였다. 약 385g 이상의 큰 쥐들은 거의 잡아먹지 않았다. 특히 공격받지 않은 종은 노르웨이 쥐(Norway rat)’였다. 흔히 시궁쥐로 불리는 노르웨이 쥐는 평균 350g~500g까지 자라는 대형 쥐다. 렙토스피라증, 페스트 등 질병 매개체로 잘 알려져 있다. 즉, 이들을 길고양이가 사냥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병충해 방제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존스홉킨스 연구팀은 “대형 쥐인 노르웨이 쥐는 도시 지역의 쥐 구성원 중 훨씬 더 큰 크기로 자라기 때문에 대부분 고양이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며 “고양이가 쥐를 잡는 경우엔 200g 이상의 어리거나 작은 종이며 더 큰 종의 포식은 아주 가끔씩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시궁쥐 등 대형종에게 고양이는 별로 위협적인 포식자가 아니다. 하지만 집쥐 등 작은 종에겐 다르다. 사냥 확률도 급격히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페로몬은 집쥐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시궁쥐 등 대형종에게 고양이는 별로 위협적인 포식자가 아니다. 하지만 집쥐 등 작은 종에겐 다르다. 사냥 확률도 급격히 증가할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페로몬은 집쥐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다./ 그래픽=박설민 기자

◇ 시골 지역에선 생쥐류 사냥률 더 높아… 페로몬이 쥐 번식 억제하기도

하지만 조건만 잘 갖춰진다면 쥐 사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도심 지역을 벗어난 시골 농가 지역에선 고양이가 쥐를 잘 사냥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2015년 핀란드 투르쿠대학교 생물학과 연구팀은 핀란드 남서부 지역에서 고양이들이 사냥한 동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1,642마리의 먹이 동물 중 72%는 쥐가 포함된 설치류였다. 나머지는 조류 18%, 곤충 5.4%, 기타 파충류 및 양서류였다.

투르쿠대학교 연구팀은 “어린 고양이보다 나이와 경험이 많은 고령층 고양이가 쥐들을 훨씬 더 잘 사냥했다”며 “시골 지역의 늙은 고양이는 많은 설치류를 죽임으로써 인간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양이의 페로몬이 작은 생쥐의 번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러시아 세베르초프 생태진화연구소(Severtsov Institute of Ecology and Evolution)의 베라 보즈네센스카야 수석연구원팀이 2014년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로사이언스(Frontiers in Neuroscience)’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팀은 번식기의 4~6개월 된 생쥐와 모스크바 지역 자연 생쥐 암컷과 수컷 12마리를 고양이 소변에 노출시켰다. 그 다음 각 생쥐의 혈액 샘플을 채취한 후 호르몬을 분석했다. 그 결과 10일 동안 고양이 소변에 노출된 수컷 생쥐는 발정기 암컷 생쥐에 대한 성적 반응이 현저하게 줄었다. 암컷 생쥐도 스트레스 호르몬인 혈중 코르티코스테론이 증가해 임신 차단이 유발됐다.

세베르초프 생태진화연구소 연구팀은 “일반 생쥐의 경우 평균 5.7~6.7마리의 새끼를 낳았으나 고양이 소변에 노출된 암컷 생쥐의 평균 출산 새끼수는 2.5마리~3.5마리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며 “이는 고양이의 존재 자체가 생쥐의 번식 억제에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고양이의 페로몬은 암컷 생쥐한테 더 치명적일 수 있다”며 “수컷 생쥐는 이동성이 더 뛰어날 뿐만 아니라 고양이의 영역에서 탈출해 다른 쥐와 번식할 수 있지만 암컷은 에너지 제약으로 인해 포식자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각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길고양이의 포식 행동으로 대형 도시 쥐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것은 거의 힘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의 포식 습관과 페로몬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소형종의 생쥐나 집쥐류 개체 수 조절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결론 : 절반의 사실

근거자료 및 출처
Temporal and Space-Use Changes by Rats in Response to Predation by Feral Cats in an Urban Ecosystem
2018. 09. 27 Frontiers
Trophic Garnishes: Cat–Rat Interactions in an Urban Environment
2009. 06.3 The Johns Hopkins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Influence of Cat Odor on Reproductive Behavior and Physiology in the House Mouse
2014. 02 Neurobiology of Chemical 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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