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내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었다. 사진은 신한·KB·하나·우리금융 순 /  각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환원과 지배구조선진화가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여풍(女風)의 강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이사회 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 주총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했다. 아울러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최초 선임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 여성 사외이사수 확대 추세… KB·신한금융 여성 의장 선임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지주는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이사진 개편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KB국민·하나·우리금융은 22일에, 신한금융은 26일에 주총을 열고 상정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바 있다. 

이번 주총에선 여성 사외이사 영향력 확대가 두드러졌다. 우선 KB금융지주는 권선주 전 IBK기업은행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면서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이목을 끌었다.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이 된 것은 KB금융 설립 이래 처음이다.

권선주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왼쪽),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 KB금융, 신한금융

KB금융 이사회는 국내 금융지주 중 여성 사외이사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다. 7명의 사외이사 중 42.9%인 3명이 여성 사외이사다. 전년과 여성 사외이사 비중은 동일하지만 이사회 의장을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한 점은 큰 변화로 꼽힌다.

권선주 신임 의장은 지난 2013년 국내 은행권 중 최초로 여성 은행장에 올랐던 인물이다. 풍부한 금융 전문성과 식견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여성 인재 역할 확대’라는 KB금융의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인사로 평가된다. 

이런 가운데 KB금융에 이어 신한금융도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낙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여성인 윤재원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윤 의장은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로,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과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신한금융은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2010년 전성빈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가 국내 금융권 최초의 여성 의장으로 발탁돼 신한금융 이사회를 2년간 이끈 바 있다. 신한금융은 14년 만에 여성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주총에서 기존 여성 사외이사인 윤 의장과 함께 김조설 오사카상업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송성주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송성주 신임 이사는 금융통계 기반 리스크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9명 중 2명이던 신한금융의 여성 사외이사는 3명으로 늘어났다. 사외이사 중 여성 사이사 비중은 22.2%에서 33.3%로 늘어났다. 신한금융 측은 이번 사외이사 개편과 관련해 “성별 다양성과 전문성에 기반한 폭넓은 의사결정을 통해 ESG 경영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도 여성 사외이사수를 확대했다. 우리금융은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송수영 사외이사 대신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하고 사외이사 정원을 6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우리금융은 이달 주총에서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이은주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명이던 여성 사외이사는 2명으로 확대됐다. 

우리금융 측은 “이번 신임 사외이사 증원은 우리금융 규모에 걸맞은 적정한 이사 숫자를 고려했으며 이사회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며 “이번 이사회 구성 변경으로 전문 분야, 성별 등 다양성이 더욱 확장된 만큼 우리금융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이사회 내 성 다양성 확장… 목소리 커질까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정원을 8명에서 9명으로 늘리고 여성 사외이사수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윤심 전 삼성SDS 클라우드사업부 부사장은 하나금융의 새로운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원숙연 이사를 포함해 윤심 이사까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여성 사외이이수가 확대됐다. 

5대 금융지주 중 한 곳인 NH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수 유지한다. NH금융은 29일 주총에서 여성인 서은숙, 하경자 이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이에 따라 전체 7명의 사외이사 중 여성 사외이사수는 2명(28.6%)으로 기존과 동일하다. 

이처럼 은행지주 금융지주사들이 이사진 정원 및 여성 사외이사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지배구조 선진화 개선 압박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업계에선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빌표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당시 금감원은 “국내 은행의 이사는 평균 7~9명으로 글로벌 주요 은행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은행권의) 전체 이사 중 여성 비중은 약 12%고, 여성 이사가 없는 은행도 8개에 달해 최근 강조되는 젠더 다양성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유리천장이 두터운 업권으로 평가 받아왔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여성이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하는 용어다. 최근 몇년간 여성 임원 비율이 점차 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과연 이번 이사진 개편이 금융권의 두터운 유리천장을 깨는 기폭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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