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구속수감 중 4개 계열사로부터 301억원 연봉 받아
경영 활동 제대로 못하고도 고액 연봉 '빈축', 도의적인 책임 뒷전?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주요 대기업 등기임원들의 개별 연봉이 공개된 가운데, 지난해 각종 비리로 재판을 받거나 ‘옥살이’를 한 재벌 총수들이 거액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받고 있다. 특히 ‘연봉킹’에 오른 최태원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이후, 사실상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없었음에도 301억원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사례와 비교하며 ‘황제보수’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말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연봉 5억원이 넘는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가 공개됐다. 전체 기업인들 중 가장 많은 보수를 챙긴 주인공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었다.

◇구감 생활 중 하루 일당 1억 챙겨

31일 공개된 주요 그룹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작년 등기임원으로 있던 4개 계열사에서 301억500만원의 연봉을 챙겼다. SK이노베이션에서 112억원, ㈜SK에서 87억원, SK C&C에서 80억원, SK하이닉스에서 22억원의 연봉을 각각 받았다.

이 중 기본 순수급여가 94억원이고 나머지 207억원은 지난 2012년 경영성과가 반영된 성과급이다.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약 24억원의 급여를 수령했지만 성과급은 이에 360%를 넘어서는 88억 500만원을 받았다. SK와 SK C&C에서도 각각 63억원과 56억 원의 성과급을 수령했다. 

여기에 배당금 수익까지 더하면 최 회장이 수감생활 중 손에 쥔 돈은 더 늘어난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 SK케미칼, SK C&C 등 4개 계열사로부터 285억7000만원의 배당이익을 거뒀다.

최 회장의 이같은 연봉에 대해 여론의 시선은 곱지 못한 형편이다. 작년 수감생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해 선물 및 옵션 등에 투자한 혐의로 지난해 1월 31일 법정 구속됐다.

최 회장은 구치소에 가만히 앉아서 하루 1억 원에 가까운 보수를 챙기다 올해 2월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서야 4개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이번에 연봉을 두고 여론이 악화되자, 최 회장은 “올해 보수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뜻을 겨우 전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최 회장이 ‘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불미스런 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좀 더 일찍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총 연봉 331억2,700만원 중 200억700만원을 반납했다. 지난 2012년 8월 구속되고 병원에 입원하면서 정상적 경영활동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 회장이 연봉 중 일부를 반납하지 않았다면 ‘연봉킹’의 자리는 김 회장이 차지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의 ‘고액 연봉 논란’을 의식해 이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지난해 받아간 100억원대의 연봉도 경영 활동을 못한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다.

하지만 연봉의 일부라도 반납하면서 ‘비난 여론의 집중포화’에서 일정 부분 피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연봉 공개는 예고된 일이다. 구속 수감으로 경영 활동을 못한 재벌 총수들의 연봉 액수는 관심을 받아왔고, 고액 연봉에 대한 논란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선 최 회장 측이 악화될 여론을 감안했다면 최소한의 제스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SK "2012년 경영 성과 반영된 것"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작년 연봉의 상당 부분은 2012년에 실적과 관련된 성과급”이라고 해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SK의 직원 보수에는 성과급의 비중이 크다. 올해의 성과급은 작년에 성과가 반영된다. 특히 임원으로 갈수록 성과급 비중이 클 수밖에 없고, 회장님도 2012년 경영 성과에 맞춰 연봉을 받았다”며 “공교롭게도 2012년에는 경영 성과가 좋았던 덕에 보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에서 SK이노베이션이 브라질 광구를 팔았고, 그로 인해서 2조원의 현금이 들어왔다. 또한 2012년도에 최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라는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사업의 성과가 좋았다면 연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비난 여론에 대해선 “그 부분은 우리도 곤혹스런 부분이지만, 일단 작년에 제대로 근무를 못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올해 성과급을 전혀 안 받으시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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