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태진 기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가 기록영화에 삭제되지 않은 채 방영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선중앙TV는 29일 김 위원장의 체육 관련 활동을 담은 ‘온 나라에 체육열풍을 일으켜주시여’라는 제목의 기록영화를 방영하면서 김경희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 기록영화에서 김경희의 모습은 두 차례 포착됐다. 앞서 중앙TV는 이달 20일에 방영된 ‘선군시대 공로자들의 성장을 두고’라는 영상물에서도 김경희의 모습을 삭제하지 않았다. 김경희가 오빠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공장 내 혁명사적 교양실 앞에서 찍은 사진을 방송한 것.

이에 따라 김경희의 숙청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현재 김경희가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공직에서 물러났고,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던 터. 특히 남편 장성택의 처형 이후 정치적으로 제거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많았다. 일각에선 자살설과 함께 “심근경색과 알코올중독 증세가 심해져 위독한 상태이며, 희귀병을 앓아 지난해 9~10월 러시아에서 병을 치료하고 왔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았고, 뇌수술 후유증으로 사실상 식물인간에 가까운 상태”라는 얘기도 나왔다.

실제 중앙TV는 지난 15일 방영된 기록영화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에서 김경희가 포함된 장면을 다른 화면으로 대체했다. 2012년 12월17일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 때 김경희가 김 위원장과 리설주 부부, 다른 간부들과 참배한 장면을 빼고 김 위원장 부부가 지난해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화면을 넣었다.

중앙TV가 그동안 편집했던 인물을 재등장시켰다는 점이 이례적으로 평가되면서 다시금 김경희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김경희는 지난해 9월9일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다음 날 김 위원장 부부와 함께 인민내무군협주단 공연을 관람한 이후 8개월 가까이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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