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최근 ‘무보수 경영’을 선언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두고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그치지 않고 있다.

겉으로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월급 한 푼 받지 않는 ‘책임감 있는 오너’로 비쳐지고 있지만, 실제론 배당금을 쏠쏠하게 받으며 실속을 챙겼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 내부거래로 급성장한 회사들, 배당금으로 정몽규 회장 쌈짓돈 지원

지난달 말, 정몽규 회장은 연봉을 포기하겠다고 ‘깜짝 선언’을 했다. 회사가 어려운 만큼 오너인 자신부터 강한 채찍질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장기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지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어닝 쇼크’를 겪었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15억6,200만원을 비롯해 계열사 등에서 총 23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아 고액연봉 논란을 일으켰다.

물론 정몽규 회장의 ‘무보수 선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의 연봉공개가 실시된 것을 염두에 둔 조치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등기임원 연봉 공개 이후 여론을 의식한 ‘회장님’들이 속속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고 있는 추세다. 회사는 적자를 내는 등 살림이 어려워졌는데 오너가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옳으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진짜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일단 보여지는 의지만큼은 칭찬받을 만하다.

문제는 무보수 선언 이후에도 세간의 시선이 썩 좋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배당’ 때문이다. 고액연봉을 포기한 대신 막대한 배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무보수 선언’은 상징적일 뿐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지난해 1,078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85억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68억원,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59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정몽규 회장 역시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수많은 계열사로부터 적지 않은 규모의 배당금을 챙겼다.

◇ 현대산업개발 “무보수 선언은 큰 결정, 배당과 연관짓는 것은 무리”

현대산업개발의 경우만 놓고 봤을 때, 정몽규 회장은 5억1,350만원(13.63%, 주당 50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도 정몽규 회장은 각각 72억원과 21억원의 배당금을 가져갔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배당금을 쏠쏠하게 챙겼다.

아이서비스는 지난해 주당 1,250원씩 총 18억원을 배당했는데, 지분 10.61%(15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정몽규 회장은 1억8,750만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아이콘트롤스(28만5,000주 / 51.08%)와 아이앤콘스(6만주 / 4.79%)의 경우, 전자공시 상 배당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전년 이들 회사가 각각 11억원, 19억원을 지급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배당금이 정몽규 회장 주머니에 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밖에 현대EP·아이파크스포츠·아이앤콘스·호텔아이파크 등 정몽규 회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부터 챙긴 배당금까지 합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이들 회사들은 그룹 차원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급성장한 회사들로,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오너 일가의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준 곳이라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현대산업개발 홍보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회장님의 무보수 경영 선언은 사실 쉽지 않은 큰 결정”이라면서 “무보수 경영을 배당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는데 비판적인 시각이어서 당혹스럽고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하소연 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은 당분간 월급을 받지 않는 상태, 즉 ‘무보수’ 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언제까지 무보수로 일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회사의 실적과 형편이 좋아지면 다시 원상복구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때까지 정몽규 회장은 완전한 ‘무일푼’ 경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월급은 받지 못하더라도 실적에 따라 배당금이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적이 좋아지게 되면 배당율도 좋아질 수 있어 배당금은 현재보다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래저래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는 명분도,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정몽규 회장으로선 이번 ‘무보수 경영’ 선언이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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