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통상 ‘지주회사’라고 하면,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며 산하에 있는 종속회사(자회사)의 사업활동을 지배 또는 관리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그래서 ‘지배회사’ 또는 ‘모회사’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런 지주회사 위에 위치하며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또 다른 회사가 있다면 어떨까. 다름 아닌, SK그룹의 IT 서비스 회사 ‘SKC&C’ 얘기다.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이 회사는 최근 시가총액까지 지주회사인 (주)SK를 뛰어넘으며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 SKC&C, 주당 400원→시가총액 9조원 덩치로 성장

SK그룹의 지주회사는 (주)SK(이하 SK)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SK를 SKC&C가 지배하는 구조다. SKC&C는 SK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 지분은 0.02%밖에 없지만, SKC&C의 지분이 33.1%에 달한다. 여기에 최태원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갖고 있는 지분(10.50%)을 포함하면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분은 40%가 넘는다. 결국 SK그룹은 ‘최태원 회장→SKC&C→SK㈜→계열사’로 이어지는 구조로, 최태원 회장이 SKC&C를 통해 SK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인 셈이다.

그런 SKC&C가 최근들어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가총액 규모가 지주회사인 SK를 넘어선 것인데, 이는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실제 지난 4일 SK 주가는 17만3,000원으로 2.26% 떨어졌다. 반면 SKC&C 주가는 17만4,500원으로 2.95% 올랐다. 특히 SKC&C는 상장 첫 거래일인 2009년 11월11일에만 해도 3만2,250원(시초가)이었던 주가가 5배(17만4,500원) 이상 뛰어올랐다. 시가총액 역시 SKC&C가 8조7,250억원으로, 8조1,243억원인 SK를 앞섰다. 비교 대상조차 못 될 정도로 차이가 컸던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도 역전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SKC&C의 시가총액이 SK를 넘어서면서 두 회사가 합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단 SK그룹 입장에선 ‘옥상옥’이라는 기형적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최태원 회장 입장에선 지주회사의 대주주로서 계열사를 직접 지배할 수 있다. 보다 확고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단순계산으로 두 회사의 시총이 같다고 가정하고 현 수준에서 합병이 이뤄진다고 가정할 경우, 최태원 회장 일가의 합병 회사 지분율은 20%대 초반이 된다. 하지만 SKC&C와 SK㈜가 갖고 있는 자사주가 각각 12%, 18.6% 등이어서 이들 주식의 소각을 감안하면 지분율은 30%대로 올라갈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후 합병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다시 쪼갠다고 가정하면, 분리 방식에 따라 최태원 회장 일가의 지주회사 지분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사실 그동안 SK그룹 내부에서 SKC&C는 적잖은 ‘골칫거리’였다. 지배회사가 뻔히 있는데, 옥상옥 구조를 갖추다 보니 뒷말이 적지 않았던 것. 특히 SKC&C의 경우 그룹 관계사 유지보수 업무에서 상당 부분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던 탓에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늘 자유롭지 못했다. SKC&C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 역시 ‘그룹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덩치를 키운 개인 회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 최태원 회장, ‘경영권 트라우마’ 털어낼까 

하지만 SKC&C의 변신은 꽤 성공적인 듯 보인다. SKC&C는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로 한참 재판을 받고 있던 지난해 사업부 전면 개편을 단행했다. 콘텐츠 계열사(인디펜던스)와 유통 계열사(엔카네트워크)를 흡수합병했고, 호주 업체와 온라인 자동차 유통사 합작 논의도 이뤄졌다. 매출을 전적으로 IT 서비스에 의존하던 것에서, 보안서비스나 콘텐츠 등 비 IT부문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것. 다른 계열사들이 ‘오너 부재’를 이유로 굵직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SKC&C만큼은 예외였던 것이다.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실질적으론 SKC&C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태원 회장 일가의 경영권을 위해서는 합병 전 SKC&C의 기업가치가 더 올라가야 최 회장 측 지분율이 더 높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SKC&C는 올 들어 중고차 사업과 해외진출, 중고폰 사업 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혀 기업가치가 계속 커지고 있어 합병을 위한 환경은 계속 유리해지고 있다. 사실 SK와의 합병은 ‘시기’만을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출소하고 경영에 복귀할 경우, 가장 먼저 ‘SKC&C’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회사에 대한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그룹 경영권 장악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 수차례 경영권 위협을 경험했던 최태원 회장으로선 사실상 ‘SKC&C’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0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SK그룹 측은 합병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회장이 수감중인 상태에서 SKC&C와 SK의 합병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도 않고, 또 지나치게 앞선 해석이란 지적이다.

주당 400원에 인수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9조원을 넘보게 됐고, 급기야 최태원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핵심 키’로 등극한 상황. 과연 SKC&C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 지, 옥중에서 미래 경영구상을 펼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의 ‘복심’에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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