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조지아공장 재추진 과정에서 채권단에 허위 보고서 제출 논란

▲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금호타이어가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을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에 허위 보고서를 제출해 투자 승인을 받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5년째 워크아웃 상태인 금호타이어는 해외 투자 승인을 받기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지난 6월 채권단에 승인을 받아 공사를 재개했다. 

조지아 공장 프로젝트는 몇년 째 표류하고 있다가, 금호가 3세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공사 재개에 강한 의지를 피력한 후 급물살을 탔던 사업이다. 이 때문에 이번 논란은 박 부사장에게도 불똥이 튀는 모습이다. 

최근 환경노동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주 의원 측은 “금호타이어가 미국 조지아공장 건설 프로젝트 추진과정에서 채권단에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채권단은 제대로 된 검증절차 없이 4,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 측이 입수한 ‘KTGA(금호타이어 해외법인) 투자타당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 임원이 조지아 지역에 먼저 진출하는 타이어 업체에 우선적인 m/s(시정점유율)를 부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금호타이어가 채권단에 조지아 공장에 대한 투자 승인을 받기 위해 제출한 것이었다.

◇ “채권단에 제출한 현대기아차 ‘우선 물량 배정’ 내용 허위”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8년 미국 조지아주 메이컨에 타이어 생산공장 건립을 추진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워크아웃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공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미국 조지아 생산 공장 건설은 총 4억1,300만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대규모 해외투자를 두고 부정적이었던 채권단은 이 보고서를 보고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부에서 작성하고 채권단에 발송한 ‘금호타이어 제14차 운영위원회 부의안건 검토’ 중 ‘제 1호 의안, 미국 조지아 생산공장 투자 승인의 건’의 부의내용 검토안에도 적혀 있었다. 이 검토 안에는 “(경쟁사인)한국타이어가 최근 미 테네시주에 현지공장 건설을 착수하고 현대기아차가 미국 현지공장 보유기업에 납품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함에 따라 북미지역 OE 시장 잠식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결국 오는 9월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실사가 예정된 금호타이어는 실사를 시작도 하기 전인 지난 6월 해외투자를 승인받았다. 

▲ 금호타이어 조지아 공장 조감도

문제는 금호타이가 밝힌 내용과 달리 현대·기아차가 “우선 물량 배정을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나섰다는 점이다.

현대 기아차 관계자 측은 “자동차 부품 구매는 시장상황, 가격, 품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현지 공장 보유여부 등으로 사전에 특정기업에 대한 구매나 약정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김 의원은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실사를 앞둔 시점에서 해외투자 필요성의 핵심 사안을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채권단에게 전달했고,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정확한 사실 확인과 검증 없이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실한 해외투자로 인해 기업과 근로자들이 더욱 어려워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번 금호타이어의 해외투자 건은 채권단의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과 투자 타당성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금호타이어 “물량 공급 가능성 의미한 것 뿐”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어구 해석의 오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금호타이어 홍보팀 한 관계자는 “공정한 입찰 시스템을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특정 업체들에게 특혜를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어떤 기업에게 물량을 우선적으로 준다’는 말이 아니라, ‘현지에 공장이 있으면 물량을 배정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을 의미한다. 이 같은 차원에서 참고 의견으로 보고 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금호타이어와 채권단, 현대차의 입장에선 맥락이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구 해석의 차이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 설립은 미국 시장에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졸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 최근 미국 현지에 국내 업체와 외국 타이어 회사들이 현지에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영진도 ‘시장에 빨리 진출하는 게 회사의 성장에 있어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같은 시장 상황들을 채권단에게 보고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타당성에 대해선 “산업은행 측이 적절하게 검토했다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짤막하게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과연 해외에 이런 대규모 투자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에 공장 재추진을 강력하게 밀어붙인 경영진의 판단에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금호가 3세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에게도 불똥이 튀였다. 업계에선 이번 공장 재추진에는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지아 공장 건설 재개 의지 피력한
   3세 박세창 부사장 리더십 도마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후계자’로 손꼽히는 박세창 부사장은 올 초부터 조지아 공장 건설 재개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지난 2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부사장은 “공사가 중단된 미국 공장의 건설은 꼭 재개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은 계속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공장 건설 재개가 급물살을 탄 데는 박 부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금호타이어 조지아 공장 설립 재추진에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금호타이어 노조는 회사 측이 조지아공장 건설 재개를 추진하자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투자에 나서라”며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업계에도 투자금 조달이 잘 이뤄질 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해외투자승인이 되었는데도 자금조달방법이 구체적으로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올해 투자 소요자금은 “금호타이어 회사 내부 유보금 900억원을 우선 집행한 뒤 향후 조지아 공장 투자 및 중국 남경공장 이전(2015년 예정)등을 위해 외부자금 조달을 추진한다”고만 돼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금호타이어가 조지아 공장 재개를 서두른 데에 다른 속사정이 있다는 해석도 있었다. 지난해 조지아주와 맺은 페널티계약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미 조지아 주정부와 공장건설 완료시한을 2017년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이른바 ‘페널티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페널티계약에 따라 금호타이어는 2015년 10월까지 조지아 공장 건설 미착공시 350만달러 규모의 사업 부지를 포기하거나, 매년 25만달러씩의 페널티를 납부해야 한다. 페널티 규모는 크지 않지만, 채권단들에게 공장 재추진 당위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됐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렇게 조지아 공장 설립 재개를 놓고 이런 저런 말이 나오면서 박세창 부사장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0년 금호타이어에 합류한 박 부사장은 지난해 말 영업총괄에서 기획·관리총괄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3세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박 부사장의 경영 리더십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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