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개혁 방침과 공기업 개혁안을 연이어 발표하는 대수술을 예고하면서 공직사회 옥죄기에 나섰다.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한국연금학회가 주최하는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를 개최했고, 23일에는 한국노총과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에 대한 정책협의회가 있었다.

그러나 기존보다 더 내고 덜 받는 내용을 골자로한 공무원 연금 개혁토론은 공무원 노조의 반발로 논의를 시작도 못해본 상태다. 또 ▲방만 공기업 퇴출 ▲자회사 정리 및 자산매각 ▲낙하산 인사제도 혁신 등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공기업 개혁도 거센 반발에 직면해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왜 이렇게 공기업을 짓밟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공기업 자회사 매각과 민영화, 연봉제 도입, 적자 기업 퇴출은 일방적으로 직원들을 몰아내는 행위”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무원 연금과 공기업 문제가 동시에 거론되면서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두 사안 모두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정치권 입장에서 지지율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예민한데 이렇게 밀어붙이기식 개혁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직사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선거 없는 지금이 적기

공무원 연금과 공기업 개혁은 역대 정권마다 시도했던 중요 사안이다. 그러나 지지율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번번이 정치권의 목소리는 ‘슬로건’에 그치고 용두사미의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에 2016년 총선까지 약 20개월가량 선거가 없는 지금부터 내년 초까지가 각종 개혁들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이다.

2013년 기준 공기업 부채는 500조에 달하고 공무원 연금의 누적적자는 12조3,000억원이다. 원인규명과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의 세금 누수와 적자 재정은 당면한 문제다.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협의가 필요하지만 큰 방향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정치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공직사회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의 배경에는 당분간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적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이 떨어진 정국 장악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국회 정상화를 위한 카드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본지는 추석연휴가 끝난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국구상으로 '정부쇄신'과 '공무원연금개혁'을 보도한 바 있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는 공무원연금 및 공기업개혁 등을 연내에 처리하거나 늦어도 내년 초까지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청와대에서 개혁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 정국 장악력 회복과 국회 정상화 위한 카드

일각에서는 공무원 연금과 공기업 개혁 방침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국회 정상화와 정국 장악력 회복을 위한 카드라고 분석한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으로 막힌 국회를 정상화 하기 위해 정치 파트너인 야당을 불러들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선거 참패와 세월호 정국으로 큰 내홍을 앓고 있는 새정치연합은 민생행보와 장외투쟁을 이어오며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동시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공무원 연금과 공기업 개혁은 당면한 과제로 야당으로서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문제다. 또 내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도 걸려있어 야당이 본회의를 계속 거부만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로 떨어진 정국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초 ‘관피아’ 척결과 ‘국가혁신’을 약속했지만 국회 파행으로 개혁안 처리가 늦어지고 힘이 빠진 것도 사실이다. 이에 공직사회를 죄어 기강을 바로 잡고 ‘쇄신’이라는 카드로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개혁도 좋지만 속도 조절해야...

하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의 개혁 속도전에 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미 제출된 담뱃값·주민세 인상에 이어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확정까지 각 상임위는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태다. 더구나 세월호 특별법 처리도 아직 남아있다. 이와 같이 각종 현안들이 산적한 시점에 지지율에 영향이 있는 예민한 문제까지 나오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개혁의 세부내용에 대해서 청와대와 당 내 의견이 불일치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아직 정확한 개혁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커지는 것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당과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고 공무원 연금개혁 문제를 꺼내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앞서 19일 열렸던 공기업 개혁 토론회에서는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이 “필수적인 기능을 가진 중앙공기업을 퇴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새누리당의 공기업 개혁안에 대해 반대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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