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국내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군에 빠져 있지만, 정치권에선 그의 저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현재 여야 잠룡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반 총장과의 경합에선 뒤처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의 권력 의지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 독주가 계속될 수 있을까. 현재 박 시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이다. 박 시장의 뒤를 이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3각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후보로 포함되면 결과는 달라진다. 반 총장과 함께 여야 인사들의 차기 대선 후보 적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선 반 총장이 박 시장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전해졌다.

◇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지지율 1위

실제 지난 8월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무성(17%) 대표와 박원순(23.7%) 시장이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로 지목됐으나 반 총장이 후보로 포함될 경우 두 잠룡은 1위에서 멀어졌다. 반 총장이 여야 모든 잠룡들과 겨뤄서도 36.1%의 높은 지지율을 이끌어낸 것. 2위를 차지한 박 시장의 지지율은 13.5%를 기록했다. 반 총장과 박 시장의 지지율 격차만 22.6%p에 달한다.(임의걸기에 의한 유·무선 전화 면접방식,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

물론 반 총장의 월등한 지지율은 공식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도 유력 잠룡으로 꼽혔던 반 총장은 18대 대선을 1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빼달라”며 공식 요청했다. 때문에 국내 여론조사 기관들은 반 총장이 포함된 공식 여론조사를 자제해왔던 터다. 반 총장의 지지율을 발표한 여론조사가 적은 이유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영입에 대한 친박계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새누리당에서 유력 차기 대선 후보로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정몽준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과 노선이 달라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의 ‘지지율 1위’를 의심하지 않았다. 특히 반 총장은 지난해 9월경부터 현재까지 1년 동안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서울과 수도권, 20대와 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과 함께 여권 지지자가 야권 지지자보다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반 총장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반 총장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2017년 차기 대선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반 총장의 임기가 대선을 1년여 앞둔 2016년 12월까지인 만큼 시간상으로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반 총장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크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은 현 상황에서 반 총장은 기성 정치권에 속하지 않은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다. 오히려 국제 무대에서 중재 역할을 하며 쌓은 경험이 국내 정치의 고질적인 진영논리와 지역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뿐만 아니다. 반 총장의 좋은 이미지와 국제적 인지도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반 총장은 우리나라 역사상 보기 드문 글로벌 인지도와 파워를 자랑한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지난해 10월에 발표한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반 총장은 32위에 올랐다. 우리나라 사람 중 가장 높은 순위다. 당시 박 대통령은 52위였다.

아울러 반 총장은 대선의 캐스트보트를 쥔 충청권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도 수월하다. 그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충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진학을 위해 상경했다. 충청인의 자랑으로 불리는 반 총장이 대권에 출마할 경우 충청인들의 결집은 불 보듯 뻔하다. 첫 충청권 대통령을 배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반 총장의 경쟁력이 회자되면서 정치권은 그를 영입 0순위로 거론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무성 대표가 여권 대선 후보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일시적인 반사효과 측면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야권에는 박원순 시장과 문재인 의원 등 유력 주자가 존재하는 반면 여권에선 이에 맞설 정도의 인물이 없다는 것. 선택지가 적은 여권에서 새 인물이 등장할 경우 대권 구도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경선 없이 추대하면 영입 가능?

때문에 반 총장의 영입에 대한 친박계의 관심이 남다르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2인자를 키우지 않아 친박에서 내세울 인물이 없는 것. 그나마 지지율이 나오는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은 박 대통령과 노선이 달라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 총장과 4차례 만남을 가졌다.

문제는 반 총장의 나이와 국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1944년생인 반 총장은 차기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72세다. 대통령 임기까지 포함되면 77세가 된다. 여기에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 보니 ‘대업’을 이룰 동지도 부족하다. 여권의 대권 주자로 불리는 김 대표와 김 전 지사, 정몽준 전 의원 등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 총장이 동지 없이 경선에 참여해 대선 후보직을 쟁취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반 총장의 영입은 경선 없이 추대하는 형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은 반 총장의 선택에 달렸다. 그가 실제 대선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반 총장은 국내에서 자신을 대선 후보로 거론하는 여론조사가 나올수록 유엔 업무 수행에 지장을 받는다며 난색을 표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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