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들이 길게 늘어선 CGV.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영화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J와 롯데가 불공정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속보이는 꼼수까지 부려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곳이다. 작품성으로나 상업성으로나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적잖은 작품이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의 기쁨을 누렸고, 인구가 5,000만명인 곳에서 1,700만명을 동원한 영화가 탄생했다. 최근엔 국내 배우와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도 눈에 띈다. 대형 멀티플렉스 등 인프라도 수준급이다.

이처럼 한국 영화시장이 빛을 보게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많은 영화인들의 희생과 노력,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영화계 쥐락펴락하는 CJ·롯데의 ‘횡포’

그러나 이렇게 이룩한 한국 영화시장의 ‘단물’은 거대 대기업의 차지로 돌아가고 있다. 그 주인공이 바로 CJ와 롯데다. 이들 두 대기업은 제작과 배급, 상영관을 모두 손에 쥐고 영화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물론 상업영화는 자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많은 자금이 들어가면서도, 불확실성이 높다는 특징도 존재한다. 어느 정도 자본의 힘이 필요하고, 자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는 점을 인정 할만하다.

하지만 CJ와 롯데의 ‘횡포’는 이제 도를 지나치고 있다. 자사 영화를 더 좋은 시간에, 더 많이, 더 오래 상영하는 것은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다. 덕분에 그런 영화와 경쟁하는 작품들은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다. 많은 이들의 땀과 노력, 시간과 자금이 투입된 영화를 별다른 이유도 없이 내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천안함 프로젝트’와 ‘또 하나의 약속’이다. 이 두 영화는 각각 다른 ‘예민한’ 문제로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하지 못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 상영됐다.

▲ 지난 2월 서울 롯데시네마 영등포점 앞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제작위원회와 개인투자자모임·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참여연대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롯데시네마 불공정행위 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제재 임박하자 동의의결 신청 ‘꼼수’

더욱 개탄스러운 점은 CJ와 롯데가 당국의 제재를 대하는 방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상반기 CJ와 롯데의 영화시장 불공정행위에 대해 조사를 착수했다. 그리고 CJ와 롯데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을 상당부분 확인했다. 이어 오는 26일 이들에 대한 제재를 심의 할 계획이었다. 특히 영화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많았던 만큼 강력한 제재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자 CJ와 롯데는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조사를 받은 CJ CGV와 CJ E&M, 롯데쇼핑이 공정위의 제재를 피해 동의의결을 신청한 것이다.

동의의결은 공정거래 관련 위법 혐의를 저지른 사업자가 제재를 받는 대신 시정계획을 수립·수행토록 하는 제도다. 즉, 잘못한 것에 대해 처벌을 받는 대신 잘못한 것을 고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다.

주로 유럽과 미국 등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동의의결 제도는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1년 한·미 FTA 체결 당시 미국 측의 요구로 도입됐으나 실제 적용되는 일은 드물었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로부터 불공정행위가 적발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이 동의의결을 신청해 받아들여진 것이 첫 사례다.

물론 이번 동의의결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공정위가 동의의결 신청을 반드시 받아들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적과 우려가 높은 만큼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들이 저지른 불공정행위가 소비자의 신속한 피해 복구와 크게 관련이 없다는 점도

그러나 동의의결이 받아지는 것과 무관하게 CJ CGV, CJ E&M, 롯데쇼핑의 동의의결 신청은 불편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동의의결을 신청한 당사자들의 ‘진정성’에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횡포를 부리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할 때는 언제고, 당국의 제재라는 발등의 불이 덜어지자 서둘러 ‘꼼수’부터 들고 나왔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심의 직전에 동의의결을 신청한 ‘시점’ 또한 석연치 않다.

이에 대해 한 영화계 관계자는 “CJ와 롯데는 실질적으로 국내 영화산업을 이끌고 있는 만큼 정정당당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며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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