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지난해 12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정리해고자 7명과 ‘부당해고’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데다, 최근엔 ‘돈잔치’ 구설수까지 불거졌다.

취임 이래 ‘업계 관행’을 깨는 파격 실험으로 주목을 받아온 주진형 사장. 그에 평가는 아직 ‘선구자’와 ‘이단아’로 엇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번 논란이 그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주진형 사장은 지난해 9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던 한화투자증권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구조조정 전문가’라고 불렸던 인사답게 그가 제일 먼저 한 것은 ‘인력 구조조정’이었다. 노동조합과 협의를 통해 ‘350명 희망퇴직’과 ‘임금 삭감 10%’를 단행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희망퇴직 접수’를 받아 올해 초 35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후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 정리해고자와 ‘부당해고’ 분쟁

그런데 문제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조조정’과 관련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정리해고자 7명’과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제안’을 받았다가 이를 거부하면서 정리해고됐다. 한화투자증권은 목표 수치(350명)에서 34명이 부족하자 추가로 직원들에게 ‘희망퇴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을 거부해 정리해고된 7명은 지난 5월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지난 7월 지노위는 회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정리해고 직원들이 재심을 정구하면서 지난달 19일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구조조정 잡음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주진형 사장의 ‘구조조정 방식’이 강압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지난 2012년 채용된 1년차 고졸사원 59명 중 20여명이 ‘희망퇴직’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은 더해졌다. 한 고졸 사원이 “회사로부터 희망퇴직 권유를 받고 회사를 떠났다”고 모 언론과 인터뷰를 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구조조정 후 성과급 잔치 논란

여기에 최근엔 한화투자증권이 정리해고 직후, 대규모 성과급을 잔치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와 또 다시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지난 1월 27일자 노사협의록에 따르면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예년보다 2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해 본사 지원부서 등에 15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매체는 “이날 회의에서 회사 측이 ‘경영정상화에 동참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차원에서 성과급과 설 차례비를 지급하며,  직원들 연수비도 4배 가까이 올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한화투자증권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성과급 지급에 대해 해명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구조조정 직후, 성과급 지급이 논의돼 오해를 불렀지만 이 성과급은 일종의 ‘임금 보전성 경비’였다”며 “회사가 지원팀에 대해 매년 한번 씩 성과급을 지급해왔는데, 당시 성과급을 안 주면 급여가 20% 정도 삭감되는 상황이었다. 이미 ‘10%의 임금’을 삭감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 성과급마저 안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당시 노조에서도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 한화투자증권 “억울, 사실과 달라”

분쟁을 벌이고 있는 정리해고자에 대해선 “해고를 하려면 일정한 기준이 충족 돼야한다”며 “회사로선 이 직원들이 그 대상에 포함됐다고 판단했다. 일단 이번 분쟁과 관련한 사유서가 오지 않아 현재로서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희망퇴직 강압논란에 대해 그는 “희망퇴직은 말 그대로 희망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강압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어려운 회사 사정 때문에 직원들이 떠나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일부에서 왜곡된 이야기들이 나와 경영진에서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이 같은 구설수들이 주진형 사장의 리더십에 상처를 주는 악재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주 사장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한 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과감한 정책 시행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리서치센터의 매도 보고서를 의무화했으며 수수료 정액제를 도입하고, 레버리지펀드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업계 관행을 깨는 정책을 내놨다.

다만 주 사장의 방식에 대해 ‘호불호’는 엇갈리고 있다. 고객들은 반기고 있지만, 업계나 내부에선 주 사장의 돌출 행보에 ‘반감’을 드러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주 사장의 방식에 불만을 느낀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회사를 떠나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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