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의 안전이나 보안과 무관한 사안, 오너 자제로서 부적절 처사”
조현아 부사장 일반승객이었다면 ‘기내난동’으로 분류, 외국선 ‘경찰인계’
재계 일각 “대규모 조직 이끌 자질 의심케 하는 사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기내 서비스를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쫓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업계를 비롯한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경영 자질론’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기내 서비스를 매뉴얼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무장을 기내에서 내쫓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업계를 비롯한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조현아 부사장의 행동을 두고 “‘오너의 자녀’라는 ‘무소불위 권력’으로 안하무인 행동을 벌인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고, 심지어 재계 일각에서도 거대 조직을 이끌 경영자로서 기본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조현아 부사장에서 비롯된 이번 논란은 그 불똥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세 자녀들로까지 튀고 있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땅콩 봉지째 건넸다고 비행기 돌리고 사무장에 “내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5일.

한겨레 단독보도에 따르면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날 미국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여객기 1등석에 탑승해 있었다. 문제가 터진 것은 한 승무원이 조현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넛(견과류의 일종)을 드시겠느냐”며 권유하면서부터다. 대한항공 승무원 기내서비스 매뉴얼에 따르면 승무원은 승객의 의향을 먼저 물은 뒤 갤리(음식을 준비하는 곳)로 돌아와 견과류를 종지에 담아 제공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승무원은 조현아 부사장에게 견과류를 봉지째 건넸고, 이에 조현아 부사장이 “왜 넛츠를 봉지째 주느냐. 무슨 서비스를 이렇게 하느냐. 규정이 뭐냐”고 해당 승무원을 매섭게 질책했다. 이후 조현아 부사장은 기내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을 불러들였고, 서비스매뉴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보도에 따르면 당황한 사무장은 매뉴얼이 담긴 태블릿PC의 암호를 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기야 조현아 부사장은 승무원 대신 사무장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쳤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조현아 부사장의 고함이 얼마나 컸는지 일등석 뒤로 붙은 이코노미석까지 들릴 정도였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인천행 KE086편 항공기는 활주로로 향하다 탑승 게이트로 돌아가 사무장을 내려놓고 출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이 일로 인해 해당 항공기의 인천공항 도착은 예정시간보다 11분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당시 사무장은 (조현아 부사장이 지적한) 문제가 된 서비스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해당 매뉴얼이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하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하거나, 헤매는 모습을 보이는 등 서비스 책임자로서 조치가 미흡해 조현아 부사장이 비행기에서 내리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무장은 기내 안전에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더 큰 사고가 생겼을 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을 감안해 내린 문책 차원의 결정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륙 전 자사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승무원(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과 관련해 대한항공의 이미지 추락도 불가피하게 됐다.(사진은 해당기사와 무관함)

◇ 안하무인 리더십, 경영자 자질 있나…

하지만 대한항공 측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시선은 너무나도 싸늘하다. 조현아 부사장의 성질을 ‘불같이’ 돋우고, 급기야 램프리턴(항공기 정비를 해야 하거나 주인이 없는 짐이 실리는 경우, 승객 안전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취하는 조치)까지 해 사무장을 내렸던 이 사건이 승객의 생명이나, 안전 혹은 보안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기내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고자 했던 조현아 부사장의 ‘강한 의지’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지만, 업계 상당수 관계자들은 “신중하지 못했다”며 적절치 못한 처사였음을 지적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실제 조현아 부사장이 기내에서 고함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등의 행위는 사실상 ‘기내 난동’에 속한다. 조현아 부사장이 오너의 자제가 아니라 일반 승객이었다면 기내 안전 매뉴얼에 따라 ‘경고’나 ‘주의조치’를 받았을 사안이고, 해외의 경우라면 ‘경찰인계’에 해당할 수 있을 정도로 중차대한 행동이다. 무엇보다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지위에 있는 조현아 부사장이 이런 행동을 벌였다는 것은 어떤 설명으로도 납득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기내에는 조현아 부사장 말고도 다른 승객들이 다수 탑승해 있었다. 난동이 벌어졌던 일등석에는 조현아 부사장을 포함한 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땅콩을 봉지째 건넸다’는 이유만으로 고함을 지르고 사무장을 내리도록 한 것은 해당 승무원들에 대한 인격모독이자, 승객들에 대한 기만, 기장에 대한 월권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도 이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조현아 부사장이 회사에서는 부사장이지만 기내에서는 승객으로 탔으니 승객으로 대우받고 행동했어야 한다”면서 “(조현아 부사장의 행위가) 법에 저촉되는 지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 조현아 부사장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자질론까지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사진 좌로부터 시계방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무.
◇ ‘폭행’ 조현태, ‘외국국적’ 조현민 등 조양호 자녀들에 불똥

사정이 이쯤되자 재계 일각에서도 조현아 부사장의 적절치 못한 처사를 지적하는 소리가 매섭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한 고위인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건”이라면서 “누구보다 타의 모범이 돼야 하고,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오너 자제가 승객의 안전과도 무관한 기내 서비스를 두고 이런 일을 지시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이다. 향후 조양호 회장을 이어 거대 조직을 이끌만한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 자질에 의심을 품게 하는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조현아 부사장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자질론으로까지 그 불똥이 튀고 있다. 앞서 조양호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은 차량을 무리하게 운행하거나 경찰을 치고 달아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 ‘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전력이 있고, 막내인 조현민 전무는 미국국적의 한국인(미국이름 에밀리 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조현아 부사장 역시 지난해 5월 하와이에서 아들 쌍둥이를 낳아 원정출산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한편 해당 사건이 알려지면서 인터넷은 그야말로 ‘비난 폭주’를 이루고 있다. 현재 조현아 부사장이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덩달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나머지 두 자녀들에 대한 ‘과거사’도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무장을 공항에 내리도록 한 사건에 대해 기장 권한을 침해한 부분이 있는지 법률위반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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