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리턴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이 뜨겁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에 외신들의 반응이 뜨겁다. 특히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경우, 같은 기간 외신들의 보도건수가 박근혜 대통령의 수배가 넘을 정도로 많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외신들의 반응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에서 발생한 회항사건이 발생할 때까지만 해도 미국 언론에서는 다소 가십성 기사로 보도했다. CNN방송 등 보도에서는 짧은 시간만을 할애하며 “믿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정도였다. 이후의 언론보도도 ‘nut rage’, ‘nut return’ 등 우리에게는 국가적 망신이겠지만, 대부분 ‘우스꽝스런 일’ 정도의 비꼬는 수준이었다.

◇ 외신들, ‘땅콩리턴’과 ‘통진당 해산’ 한국 리스크로 발전

문제는 그 이후다.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보도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외신들은 한국재벌구조에서의 ‘오너 리스크’를 주목했다. 한국의 재벌구조의 폐해와 대기업의 오너가족 지배체제 위험성을 보도하기 시작했고, 또 한국의 여론이 이들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도 보도했다.

포브스지는 대한항공의 후속조치와 함께 재벌체제를 설명하면서 “조양호 대한항공의 재벌중심의 폐쇄적이고 전형적인 경영스타일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보도했고 가디언은 “마카다미아 공주로 알려진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미 쌍둥이 자녀의 원정출산 의혹 등으로 한국의 재벌혐오의 상징”이라며 한국사회의 분노를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성공신화의 원인을 이건희 회장 중심의 강력한 리더십 경영으로 평가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번 대한항공 회항사건이 자칫 한국 대기업 1인 지배체제의 위험성에 대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리스크로 작용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외신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사건은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 결정이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8명의 인용결정으로 통진당의 최종 해산을 결정함과 함께 소속의원 5명이 모두 의원직을 상실시켰다. 이에 대한 외신들의 보도도 역시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 BBC는 “통진당 해산 결정으로 소속 의원 5명이 자격을 상실하는 등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유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국제앰네스티 조사국장의 입을 빌려 “다른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이들의 권리를 부인하기 위한 핑계로 안보 우려를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등도 “한국 정부가 시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축소하고 다른 견해를 탄압하기 위해 가혹한 결정을 내렸다”며 비중있게 보도했다.

다수의 외신들은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주의 하에서 정당해산은 급박하고도 현저한 위험이 실존해야 인정될 정도로 엄격하게 해석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청구가 인용된 사례가 냉전이 극심했던 1950년대 독일에서 2차례 있었던 것이 전부고, 당시 심리기간도 무려 5년이나 걸렸다.

외신들의 보도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신들을 접할 타국의 사람들이 한국 사회가 큰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까 걱정스럽다”면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가 OECD 국가 중 27위를 기록하고, 표현의 자유의 잣대로 볼 수 있는 언론자유 순위가 왜 세계 57위에 머물고 있는지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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