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땅콩회항’ 파문이 이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까지 번지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대한항공 ‘땅콩회항’ 파문이 이제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에까지 번지고 있다. 처음부터 ‘봐주기’를 비롯해 ‘부실조사’ 의혹까지 나오는 등 대한항공을 대하는 분위기가 영 심상찮더니 결국 국토부 장관까지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급기야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대한항공에 대한 국토부 조사에 공정성 훼손과 직무유기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 국토부의 ‘이유있는 대한항공 감싸기’

국토부이 ‘석연찮은’ 행동은 땅콩회항 파문이 터진 직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램프리턴’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의 적용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국토부가 일부 사실을 은폐하거나 ‘대한항공을 위한’ 거짓말을 하는 등 기본을 무시한 행동을 보여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실제 국토부는 사건의 중요한 참고인인 박창진 사무장의 경우 아예 대한항공 임원이 배석한 상태에서 조사를 실시했는가 하면, 사건 관련 사실관계 확인서 역시 조사 당사자가 아닌 대한항공을 통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칙과 기본, 상식을 찾아보기 어려운 행동이다.

국토부가 대한항공에 휘둘려 편파적으로 조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은 또 있다. 사건 발생 후 대한항공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함께 일등석에 타고 있던 승객의 동의를 얻고도 국토교통부에 승객 명단을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승객들에 대한 동의서를 12일 구했지만 실제 국토부에는 3일 뒤인 15일에 이메일을 보냈고, 이마저도 통보하지 않아 국토부는 이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대한항공 꼼수에 농락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자, 국토부가 사고 원인 등을 명확히 규명할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국토부의 ‘대한항공 감싸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국토부가 채용한 항공 관련 전문계약직의 80%에 달하는 인력이 대한항공 출신이었던 것. 이는 국토부가 대한항공에 객관적이고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는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 항공사별 사고발생과 관련한 과징금 부과에서도 ‘대한항공 봐주기’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항공정책실 소속 공무원 170명 중 47명인 28%가 한진그룹이 설립한 ‘정성인하학원’ 출신이었으며, 항공정책실에서 채용한 전문임기제 공무원(항공안전감독관, 운항자격심사관) 27명 가운데 21명(77.8%)이 대한항공 출신이다. 정성호 의원은 이를 두고 “국토부 내 대한항공과 관련된 편중인사가 심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과징금 부과액이 현저히 적은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를 비롯한 정치권의 시각이다. 정성호 의원 측에 따르면 대형사고가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면 대한항공과 저가항고사들의 사고와 회항 회수는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의 과징금 부과액은 지난 3년간 750만원에 불과한 반면, 저가항공사들은 1억6.500만원을 부과받았다.

▲ (사진 좌측 위로부터 시계방향)대한항공발(發) 쓰나미가 국토부까지 덮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서승환 국토부 장관(오른쪽)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고개숙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뉴욕한인들이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벌이는 모습.

◇ ‘땅콩파문’… 조현아→대한항공→국토부→ 다음은?

이에 정성호 의원은 “최근 3년간 대한항공에 대한 과징금 부과가 타사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것은 특정 항공사 봐주기 아니냐”고 질타하면서 “국토교통부의 대한한공 봐주기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경실련은 대한항공에 대한 국토부 조사에 공정성 훼손과 직무유기 문제가 있다며 22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참여연대도 23일 감사원에 국토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까지도 조사에 부적절한 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국토부 조사는 공정했다’고 장담했던 그였다. 서승환 장관은 조사관과 대한항공과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한 국토부의 신뢰가 다시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국가기관’인 국토부가 민간기업을 위해 편을 들어주다 감사까지 받게 된 사실은 어떠한 이유로도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국가기관인 국토부의 신뢰추락이 결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땅콩파문’ 불길이 종국엔 정부를 향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우려감까지 내비치고 있다.

한편 참여연대 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 초기에 국토부가 보여준 행태는 ‘봐주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대한항공과 짜고 진상을 덮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라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라면서 “재벌총수 일가의 무소불위 갑질과 횡포를 근절하고 제재하기 위해선 검찰과 사법당국의 노력 못지않게 관련 정부 부처들의 올바른 행정행위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함께, 국토부에 대한 감사원의 철저한 감사를 통해, 다시는 정부 부처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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