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BC카드 사태 일주일 전 "연말정산 오류" 지적한 고객 항의 '외면'
하나카드 "응대 실수 있었다. 죄송할 따름", 하나카드 출범하자마자 삐거덕

▲ 하나카드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BC, 하나, 삼성 등 주요 카드사들이 국세청에 연말 정산 자료를 보내는 과정에서 신용카드 대중교통 사용분을 대거 누락한 사실이 드러나 직장인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이 중 하나카드는 오류 사실을 발표하기 1주일 전, 고객의 항의로 ‘오류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의 항의를 무시하다가 BC카드의 사태가 터진 뒤에야 뒤늦게 조치에 나선 것인데, ‘무책임한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BC카드 사태가 터지지 않았으면, 카드사들은 몰랐을 것이다.”

이번 카드사들의 연말정산 오류 사태가 터진 뒤,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이번 사태는 BC카드가 대규모 연말정산 오류 사실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카드사들이 긴급 점검에 들어간 뒤에야 줄줄이 드러났다. 삼성, 하나, 신한카드의 연말정산데이터에서 소득공제 대상 이용액이 대거 누락된 사실이 발견됐다. 

삼성과 하나카드는 BC카드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 이용액을 일반 이용액으로 잘못 분류해 국세청에 통보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삼성카드와 하나카드가 누락한 대중교통 사용액수는 각각 48만명분 174억원, 52만명 172억원에 달했다. 

특히 하나카드는 사전에 ‘오류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안일한 대처를 하다가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안겼다.하나카드는 BC카드 ‘오류 논란’이 불거지기 일주일 전인 지난 19일 고객들로부터 “대중교통 사용금액에 오류가 있다”는 항의를 받았다.

◇ 하나카드, 고객 항의 무시하다 ‘늑장대처’

고객 박모 (46)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말정산에서 대중교통 사용액이 2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00만원 가까이 덜 나온 것을 확인하고, 지난 19일 회사 측에 항의를 했다”며 “그런데 하나카드는 내가 이용한 시외버스터미널 내역 자료가 넘어온 게 없다며 ‘연말정산 자료’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말했다. 

고객이 항의한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무시했던 하나카드는 지난 23일 ‘BC카드 사태’가 터진 뒤에야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그리고는 이날 연말정산 자료에서 대규모 오류가 난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 사실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항의를 제기한 고객들의 연말정산 자료부터 수정한 뒤 주말까지 오류 규모를 파악해 금감원에 신고했다. 오류 사실을 발표한 것은 26일이다.

박씨의 연말정산 자료는 23일(금요일)부터 주말까지 재차 수정됐다. 박씨의 대중교통 사용금액은 기존 20만원에서 23일 166만원으로 늘어났으며, 이후 229만원으로 증가했다.

박씨는 “비씨카드 사태가 없었다면 그냥 덮고 넘어가지 않았겠느냐”고 하나카드의 안일한 대응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는 실수를 인정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9일 민원이 있었을 당시 응대를 잘못했다. 고객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일부 가맹점의 ‘분류 작업’에 문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거기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고객에게 ‘저희 쪽의 전산상에는 일반 이용액으로 분류돼있기에 문제가 없다’고만 말했다. 이후 23일 BC카드 사태가 터진 뒤에야 오류 사실을 인지했다.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의적으로 오류 사실을 쉬쉬했던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23일 BC카드가 터지면서 조사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박씨에게 연락이 왔다. 그래서 사과를 하고 발 빠르게 수정 반영한 것이다. 이후 전체 오류 규모를 파악해 26일 날 공식 발표를 했다”고 답했다.

▲ 정해붕 하나카드 사장.
이어 재차 “절대로 (오류를) 알고도 덮으려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뒤, “오히려 제대로 인지를 했다면, 항의를 한 고객에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미리 알고 수정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실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하나카드 관계자는 “BC카드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오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출범 두달을 앞둔 하나카드에겐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것으란 전망도 나온다. 하나카드는 외환카드와 하나SK카드가 합쳐져 작년 12월 1일 출범했다.

하나카드의 초대 수장이 된 정해붕 사장은 “시장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고객 응대로 빈축을 산 데 이어 대규모 ‘연말정산 오류’로 고객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하나카드가 출발부터 삐거덕 거리는 모습을 연출하게 됐다. 특히 고객민원을 중시해온 정해붕 사장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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