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광폭 행보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선 문재인 체제의 견제 세력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안 의원 측은 그간 지적받아온 스킨십 확대로 반박하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폭이 빨라졌다. 당내 주류·비주류 진영의 구별은 없었다. 문재인 대표와 배석자 없이 단독 회동에 응하면서도 비노로 분류되는 박영선 의원과 정치적 연대를 이뤘다. 특히 박 의원은 안 의원의 조력자를 자처한 모습이다. 안 의원과 그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주최한 ‘경제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좌담회’에 참여한 뒤 지난 대선에서 이루지 못한 약속 실행을 다짐했다.

박 의원은 좌담회 참여의 계기를 묻는 기자들에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7월에 안 의원 측에서 경제정의, 공정경쟁 문제를 맡아 대선에서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면서 “당시 내가 민주당에 입당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는데, 새정치연합에 함께 입당했으니 그 청을 이번에 반드시 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 여당 원내대표실 문 두드리고, 부산 민심 챙기고… ‘존재감’ 부각 열심

든든한 지원군을 맞게 된 안 의원은 그간 집중해왔던 경제정책에서 쟁점 법안으로 비중을 확대했다.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고 나선 것. 급기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같은 당 우윤근 원내대표의 집무실까지 찾아갔다. 평소 민감한 정치 현안에 거리를 뒀던 안 의원의 양당 원내대표 면담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김영란법에 대한 안 의원의 관심은 오래됐다. 지난해 합당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부터 김영란법 통과를 주장해 왔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먼저 제정한 뒤 수정을 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따라서 안 의원은 오는 3월2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영란법이 통과되는 데 필요한 인사들을 만나 설득할 계획이다.

▲ 안철수 의원은 최근 같은 당 박영선 의원과 손을 맞잡은 데 이어 소원해진 측근들과 관계 회복에 나섰다. 실제 안 의원은 금태섭 전 대변인을 만나 내년 총선에서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안 의원은 27일과 28일 이틀간 고향인 부산에 머물며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저지 활동을 펼친다. 이 과정에서 안 의원은 고리원전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시민걷기대회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어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부산에 내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그간 강연과 출판 등으로 비교적 조용한 정치 방식을 지향해온 것과 달리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안 의원은 지역구인 노원구 상계동에서 연탄배달 봉사를 하는 등 민생행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의 ‘측근 챙기기’도 시작됐다. 주목할 부분은 금태섭 전 대변인과의 관계 회복 여부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의원이 추진했던 신당 준비위원회 격이었던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대변인을 맡은 데 이어 구 민주당과 합당한 이후에도 안 의원의 곁을 지켰다. 하지만 지난해 7·30 재보선 출마를 앞두고 공천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원해졌다. 결국 금 전 대변인은 당 대변인을 관뒀다. 이에 안 의원은 지난해 연말부터 관계 회복을 위해 금 전 대변인에게 꾸준히 접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마침내 설 연휴 직전 금 전 대변인을 만났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금 전 대변인에게) 다음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작 금 전 대변인은 “설이라 서로 인사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사람이 거리를 좁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안 의원이 등 돌린 옛 캠프 인사들과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달 13일 장하성 교수와 공동 좌담회를 열고 관계 회복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안 의원의 광폭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안 의원이 향후 활로를 문재인 체제의 견제 세력화로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문 대표가 당권과 높은 지지율을 동시에 거머쥐면서 상대적으로 안 의원의 존재감이 떨어진 데 따른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분석도 덧붙여졌다. 실제 안 의원은 문 대표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동안 5위권에 머물렀다. 문 대표가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내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안 의원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은 그간 지적받아온 스킨십 확대에 나선 것으로 선을 긋고 정치적 해석을 피했다. 다만 존재감 부각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했다. ‘당권’은 포기했지만 ‘주도권’은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당 안팎에서 안 의원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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