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폐지 위헌결정에 뒷말이 무성하다. ‘부부간 외도가 늘고, 도봉산이 붐빌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부터 ‘국가가 나서서 바람을 조장한다’는 다소 억지스런 주장까지 나온다.

그런데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했다. 헌재 판결이 있던 지난 달 26일, 콘돔을 제작하는 회사 유니더스의 주식이 요동치더니 상한가를 치고 말았다. 덩달아 피임약을 제조하는 제약회사의 주식도 올랐다.

언론에서는 한 발 더 나갔다. 유니더스 등을 특징주로 분류했고, 향후 등산용품 제작회사의 주식상승을 예측한다. 또 막걸리나 소주 등 주류업체가 뜬다거나 두 집 살림으로 부동산 업계가 활황을 맞이할 거라는 유머 아닌 유머를 양산했다. 이쯤되면 간통죄 폐지는 ‘경제살리기’의 묘약이요, ‘창조경제’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가정이나 분석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가 붙어야 한다. 간통죄가 없어지면서 외도가 늘어나고 ‘사회 총 성관계’가 증가한다는 전제다. 한 꺼풀 더 벗겨내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을 피고자하는 열망은 가득한데 간통죄가 있어서 못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저열한 관점이 타인을 단편적으로, 그리고 우리 사회를 부도덕한 사회로 인식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는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사실을 초등 교육으로 알고 있다. 살인죄가 무서워서 살인을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부부 사이 간통죄가 있어서 외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옳기 때문이다.

도덕 가운데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사항에 대해 범죄로 규정하고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도록 하는 게 형법이다. 물론 ‘간통’의 범죄화 찬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도덕적 영역과 민사배상으로 해결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고, 간통죄를 폐지했다고 성이 문란해졌다거나 이혼이 급증했다는 통계는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다수의 언론은 팩트를 가장한 자극적인 가십성 기사를 양산해 여론을 호도했다. 대부분은 웃고 넘길만한 기사지만 일부 독자들은, 특히 아직 미성숙한 청소년들 중에는 우리 사회의 도덕성에 의심을 품기도 했을 것이다. 언론부터, 특히 기자 자신부터 반성해야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세계평화를 외치는 쓸데없는 터프가이 같은 기자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특징주였던 유니더스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론 호도를 귀신 같이 알고, 주식투자에 이용한 국민들은 언론보다 훨씬 빠르고 스마트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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