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차남을 잃는 아픔을 겪은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이 장남에 대한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향한 시선은 그리 곱지 못하다. 장남의 경영능력에 물음표가 붙는 것은 물론, 가족을 잃은 오룡호 유가족들이 여전히 절규하고 있기 때문이다.

◇ 장남의 분주한 움직임, 그 뒤에 자리한 아픈 가족사

▲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사조그룹의 계열사인 사조대림은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그리고 이날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을 비롯한 4명의 이사를 선임할 계획을 밝혔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유일하게 신규선임 될 예정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이다. 주지홍 본부장은 주진우 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39세다. 주지홍 본부장은 오는 27일 선임안이 통과되면, 처음으로 사조그룹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러한 행보는 다소 늦은감이 있다. 주지홍 본부장의 동생인 고(故) 주제홍 씨는 지난 2009년 사조오양의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형보다 동생이 6년 먼저 상장계열사 등기이사 자리에 올랐던 것이다.

하지만 주진우 회장의 총애를 받았던 차남 고 주제홍 씨는 지난해 11월 안타까운 죽음을 맞고 말았다. 러시아 출장 중 호텔에서 추락사한 것이다.

이후 유일한 후계자로 남은 주지홍 본부장은 ‘기반 다지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는 것 역시 이러한 과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고 주제홍 씨가 보유하고 있던 사조그룹 관련 지분의 상당 부분을 주지홍 본부장이 상속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아직 못미더운 장남의 경영능력

고 주제홍 씨의 갑작스런 사망은 분명 비극적인 일이었다. 이로 인해 속도를 내고 있는 후계 작업 역시 주진우 회장에겐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우선, 동생 몫까지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 주지홍 본부장의 경영능력은 못미더운 시선을 받고 있다.

주지홍 본부장과 고 주제홍 씨는 각각 사조인터내셔널과 사조시스템즈를 후계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사조인터내셔널의 최근 경영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2011년 543억원이었던 매출은 2013년 370억원까지 떨어졌다. 또한 2011년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2012년 13억원으로 급감한데 이어 2013년엔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사조시스템즈는 2011년 65억원, 2012년 69억원, 2013년 76억원으로 매출이 꾸준히 상승세를 그렸다. 또한 2012년 15억원의 적자를 내긴 했지만, 2013년 2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동생보다 결코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주지홍 본부장이 과연 향후 그룹 전체를 잘 이끌 수 있을지 아직까진 의문부호가 붙는 게 사실이다.

▲ 주진우 회장과 절규하는 오룡호 유가족.
◇ “모든 자식은 소중하다”

불편한 시선의 또 다른 이유는 오룡호 유가족들이다. 지난해 12월 러시아 해상에서 발생한 오룡호 침몰 사고는 ‘제2의 세월호’나 다름없었다. ‘사람’과 ‘생명’보단 ‘돈’이 앞선 결과였다.

사고가 발생하자 주진우 회장은 직접 나서서 사과한 뒤 “진정성을 보여주겠다.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사고 수습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자 주진우 회장은 다른 얼굴을 보였다. 실종자 수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유가족들과는 ‘보상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사조산업이 ‘보상금’으로 내민 돈은 대부분 ‘보험금’으로 이뤄져 있으며, 사조산업이 실질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주장이었다.

특히 사조산업은 지방에서 올라와 사조그룹 본사 건물 한켠에 머물던 유가족들을 지난 1월 밖으로 내쫒았다. 한겨울 추위가 맹위를 떨쳤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유가족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이후 오룡호 유가족들은 사조그룹 본사 건물 앞 길거리에 비닐 천말을 치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견디다 못한 유가족들이 자체적으로 합동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가족들은 지쳐갔다. 결국 일부 유가족들은 사조산업의 보상안에 합의했고, 현재 희생자 4명의 유가족만 남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한 오룡호 유가족은 “결국 사조산업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말 안타깝고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오룡호 유가족은 “오룡호 사고로 희생된 한국인 중에도 20~30대 청년이 많다. 갓 스무 살을 넘긴 아이도 있었다. 외국인 선원까지 포함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주진우 회장은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눈을 감고, 자기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데만 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진우 회장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어봐서 잘 알 것이다. 자기 자식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자식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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