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정부가 내수진작 및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한 ‘배당확대 정책’이 결국 재벌 총수들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주목된다.

8일 기업분석업체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년 결산에 따른 10대그룹 총수 10명의 배당 예상액은 3,299억원으로, 2013년 배당액(2,439억원)보다 860억원(35.3%)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상장사들의 배당금 총액은 지난해 대비 27% 증가했지만, 총수들 주머니에 들어갈 배당금은 이보다 더 늘었다는 얘기다.

◇ 가만히 앉아서 수천억 배당금

재벌닷컴이 분석한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배당금 규모는 1,758억원으로 10대그룹 재벌총수 10명 중 유일하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건희 회장의 배당금은 2013년(1,079억원)보다 679억원(63%) 늘었다. 이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742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329억7,000만원), 구본무 LG그룹 회장(192억4,000만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94억1,000만원) 순이었다.

특히 ‘와병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배당금으로 챙기게 돼 눈길을 끈다.

이건희 회장이 올해 받아갈 배당금은 삼성전자로부터 975억원, 삼성생명으로부터 747억원, 삼성물산으로부터 11억원 등 총 1,733억원 규모다. 2013년보다 63%(679억원)나 늘었다. 747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된 삼성생명은 지난해 순이익 1조3,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9,114억원에 비해 46.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9,401억원에서 1조4,272억원으로 52% 늘어났다.

특히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안팎인 삼성생명과 삼성SDS의 배당 증가율은 계열사 평균 (36.9%)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31일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이후 현재까지 사실상 경영에서 손을 뗀 상태다.

SK그룹 측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황제면회’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경영진들이 (최태원 회장에게) 면회를 자주 가지 않는다”면서 “총수 부재로 인해 굵직한 투자나 경영현안에 대한 결정을 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SK그룹 설명처럼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거의 하지 못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329억7,000만원의 배당금을 챙기게 됐다. 공교롭게도 SK그룹은 일부 계열사의 평균 배당금이 1년 전보다 감소했지만, 최태원 회장이 최대주주(32.92%)인 SK C&C는 배당규모를 30% 넘게 늘렸다. 2013년 기준 SK C&C가 전체 국내 매출에서 계열사로부터 거둬들인 매출 비중은 49%다.

◇ 배당금에 세제혜택까지… ‘과세형평성’ 문제도 우려

사실 기업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에게 이익을 분배하는 것은 정당한 기업활동에 속한다. 범죄를 저질러 수감중이거나,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보유지분에 대한 정당한 배당금을 지급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이번처럼 배당금이 확대된 데는 정부 차원의 압박에 따른 것이라 기업들 입장에서 억울한 점도 없지 않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러나 정부가 배당확대를 추진한 것은 기업의 배당을 촉진해서 소비 진작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총수일가의 주머니에 들어간 돈이 과연 가계소득 연계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들 재벌 총수들은 거액 배당금은 물론 세금 면제 혜택도 동시에 누리게 된다. 내년 결산배당부터 적용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따르면 대주주 배당금에 매겨지는 최고 세율이 현행 38%에서 내년부터는 25%로 낮아진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실질 배당소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나눠주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일부 기업은 총수 일가의 지분이 많은 경우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배당 혜택이 지분을 가진 주주들에게 골고루 돌아간다는 점에서 배당확대정책은 긍정적으로 보여진다. 다만 일감몰아주기나 편법 상장 등으로 인해 성장한 회사를 통해 배당금을 챙긴다면 그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그런 대주주(총수 일가)에 세제혜택까지 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 “근로소득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주식투자자(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들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부분은 ‘과세 형평성’ ‘부의 양극화’ 등에서 사회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무엇보다 배당확대는 소비를 촉진해 경제활성화를 하자는 차원인데, 주식투자자들은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이라 배당을 통해 소득을 늘려준다고 해서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정부가 큰 그림은 잘 잡았지만 분리과세로 인한 형평성 문제에 대해선 재고해봐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SK C&C는 이에 대해 “최근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정부가 배당확대를 주문하는 분위기”라면서 “하지만 SK C&C는 오히려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지급결정한 배당금의 시가배당률이 1.0%다. 그 이전 해는 1.1%였다. 오히려 시가배당률이 0.1% 포인트 정도 줄어든 상태다. 시가배당률이 떨어진 탓에 오히려 정부 정책에 부합하지 못해 걱정했는데, 이런 상황에 SK C&C가 배당확대로 총수의 배를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년 대비 영업이익 20% 증가한 만큼 배당규모는 적절한 수준으로 본다”면서 “일각에서는 SK C&C가 일감몰아주기로 배불린 기업이라는 잘못된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법원에서 일감몰아주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SK C&C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배불린 것도 아니고, 모든 임직원들이 이가 빠지게 고생해서 영업이익도 내고 하는 것인데, 마치 최태원 회장님에게 배당금을 몰아주기 위한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SK C&C는 “최태원 회장님 같은 경우는 지분이 SK C&C에만 집중돼 있기 때문에 거액을 몰아 받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며 “최태원 회장님을 위해서 배당을 실시한 것도 아니고, 배당을 실시했을 경우 다른 주주들에게 배당금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일각에서 말하는 총수 배불리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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