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총서 본사에 송금하는 과도한 배당금액과 해외 용역비 문제 제기

▲ 박진회 씨티은행장
[시사위크 = 이미정 기자]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취임 후 첫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과 ‘해외 용역비’ 문제로 진땀을 흘렸다. 주총에 참석한 노조 측이 미국 본사에 송금하는 ‘배당’과 ‘해외 용역비’가 과도하다고 정면으로 문제를 삼아서다. 그간 이 문제로 ‘국부유출’ 논란에 시달려왔던 씨티은행은 지난해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에도 거액의 송금을 멈추지 않으면서 내부 반발을 사왔다.

“과도한 배당 성향과 해외 용역비 지급이 국내 성장 기반을 약화시키고, 수익성을 악화시켜 구조조정의 빌미를 구조조조정의 빌미를 만드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27일 서울 중구 다동 한국씨티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선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주주자격으로 참석해 박진회 행장에게 강한 항의를 쏟아냈다.

이날 노조 관계자는 △과도한 배당금액과 배당성향 △미국 본사에 지급되는 해외용역비 과도함과 지급 기준의 불투명성 △세무조사 등을 문제 삼으며 박 행장과 신경전을 벌였다.

우선 노조 관계자는 “작년 당기순이익이 약 1,115억원인데 배당성향이 45%에 달한다”며 “경영자문료까지 합치면 2,100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당기순이익의 두 배를 해외에 지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 “실적 부진한데...당기순이익의 2배 본사 송금”

씨티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47% 감소한 1,15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희망퇴직 실시로 일회성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하지만 회사 측은 초라한 실적에도 ‘배당성향’을 확대했다. 이날 주총에서 결정한 배당금 총액은 509억2,428만원. 배당성향은 45%로 지난해(13.9%)에 비해 대폭 확대됐다. 이 배당 금액 대부분은 지분 (99.95%)을 보유한 미국 본사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과다한 해외용역비 집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급한 해외용역비가 전년대비 220억원이 늘어난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당기순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도한 배당과 해외용역비 지급이 국내 성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지급 기준과 금액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매년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해외 본사에 일정한 금액을 송고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해 전체 용역비 2,100여억원 중에서는 1,600여억원이 이런 식으로 송금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노조 관계자는 “이 같은 경영자문료 해외송금이 순이익을 줄여 법인세(24%)를 줄이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배당금이 아닌 용역비로 해외송금을 할 경우 세금이 줄어들기 때문에 용역비로 가장해 본사에 송금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 씨티은행.

국세청이 지난 2월부터 씨티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내용도 공개됐다. 노조관계자는 ‘해외 용역비’와 관련한 세무조사일 가능성을 의심하며, 탈세 혐의가 발견될 시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강경한 뜻을 전했다. 

노조의 항의에 박진회 행장은 살짝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으나 대부분은 성실하게 대답했다. 박 행장은 “경영자문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지급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한국 씨티의 자산규모가 2%인데 경영자문료 부과 액수는 1%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아울러 배당 이후에도 BIS 자기자본비율이 16.9%로 업계 최고수준이다. 자본금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무조사에 대해선 “조사는 사실이지만, 통상적인 조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씨티은행 관계자는 “4년만에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배당’과 ‘해외 용역비’ 문제는 이미 수년전부터 수차례 제기돼온 사안이다.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당금액과 해외 용역비를 증가하면서 ‘국부유출’ 논란이 빈번히 일었다. 특히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해외 용역비의 경우,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7,54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악화로 점포 폐쇄와 인력구조조정이 이뤄지면서 크게 반발한 노조는 이 문제를 경영 악화의 주범으로 문제 삼았다. 현재까지 노조와 사측과 팽팽한 갈등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한편 박진회 행장은 취임 후 첫 주총에서 노조와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하게 되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박 행장은 하영구 행장 후임으로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노조와 한 차례 홍역을 겪은 바 있다. 임명 당시 노조는  “박 내정자는 중견기업 대출을 자신의 관할 아래로 가져와서는 사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더구나 소비자금융도 알지 못하는데 제대로 된 경영을 펼칠 리 없다”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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