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즐겨하던 테니스를 중단하는 등 고민이 적지 않음을 나타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했을 때만해도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MB의 재임기간에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제1부속실장을 역임한 임재현 비서관은 “여전히 바쁘시다. 여러 일정과 회의가 많지만, 테니스도 정기적으로 치면서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MB는 대통령 퇴임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올해만 해도 사우디 정부의 초청으로 산업개발 포럼 참석을 위해 출장길에 올랐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 부인 박영옥 여사의 빈소 조문과 천안함 46용사 묘역 참배 등 정치권의 주요 자리에 얼굴을 비췄다. 그때마다 MB는 국회에서 진행 중인 자원외교 국정조사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 김두우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대처”

하지만 자원외교 국조특위 활동시한 종료를 앞두고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MB의 증인 출석을 전제로 자신의 증인 출석을 수락하며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인데 이어 검찰 수사가 자원외교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측근들이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원내대표단이 특위 활동시한 종료일인 7일 기한 연장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자 MB를 둘러싼 주변은 다소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날 MB의 삼성동 개인 사무실 출입은 철저히 금지됐다. 출입문 앞에서 대기 중인 경호원 뒤로 대여섯 명의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취재진의 방문에 경호원은 깊은 한숨으로 난처한 입장을 표현했다. 사무실 관계자 역시 “(MB가) 공식적으로 정치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은) 개인 사무실인 만큼 조직이 아니다보니 취재 협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 MB의 자서전 집필 작업을 총괄한 김 전 수석은 자원외교 국조와 관련 복수의 매체를 통해 “(MB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증인 출석 요구에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그간 MB의 언론 창구 역할을 도맡으며 사무실에 출근한 임 비서관은 지난달 1일 구글코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MB와 취재진의 접촉면은 한 달 새 급격히 좁아진 상태다. 현재로선 MB정부에서 요직을 지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MB의 ‘입’을 대신하고 있는 모양새다.

MB의 자서전 집필 작업을 총괄한 김 전 수석은 자원외교 국조와 관련, 복수의 매체를 통해 “(MB는) 전직 대통령으로서 당당하게 대처할 것”이라면서도 “아직 증인 채택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석 여부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의 증인 출석 요구에는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무대응했다.

자원외교 불똥 탓일까. 하반기 공식 출범이 전망됐던 기념재단은 진척된 사항이 없다. 인허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8월14일이지만, 이보다 앞서 3월2일에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지난 1년여 동안 재단 활동이 전무한 셈이다. 행정자치부를 통해 MB기념재단의 사업 진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아직까지 사업계획서를 한 건도 제출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활동하는지 모르겠지만, 접수된 사업계획서가 없어 국고 지원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국고는 재단 설립이 아닌 기념사업에 지원된다. 행자부에 사업계획서가 접수되면 적절성 여부를 판단한 후 국무회의에서 심의를 거쳐 국고 지원이 결정된다. 하지만 자기 부담금 70%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고 지원이 안 된다. 현재 MB기념재단은 삼성동 개인 사무실 인근에 별도의 사무실만 냈을 뿐 관련 사업은 물론 사무실 운영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재단이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 MB, 증인 출석 요구 ‘무대응’ 속 ‘전전긍긍’

기념재단의 대표권을 가진 류우익 전 통일부 장관은 취재진과의 만남을 완강히 거절했다. 재단 설립 초기 MB가 흉금을 털어놓고 의견을 구할 만큼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이재후 김앤장 변호사가 대표권을 가졌으나, 지난해 10월30일 대표권을 류 전 장관에게 위임했다. 류 전 장관은 MB정부 초대 대통령실장과 주중국대한민국대사관, 통일부 장관을 지냈다. 같은 날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이사로 선임돼 기존 이사진 6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김 전 회장은 MB와 고대 경영학과 동기다.

한편,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MB 역시 고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제 테니스’라는 논란을 불러올 만큼 평소 테니스를 좋아하는 MB가 요즘 테니스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MB의 테니스 중단은 검찰의 자원외교 수사 등 최근 정국과 무관치 않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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