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 사활을 걸고 매달린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매각 논란의 핵심 인물로 조카 반주현 씨가 지목되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곤혹스런 입장에 놓였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년9개월여 만의 방한이지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얼굴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생전 사활을 걸고 매달린 베트남 랜드마크72 빌딩 매각 논란의 핵심 인물이 조카 반주현 씨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 씨의 아버지는 2008년부터 지난 3월까지 경남기업 상임고문을 지낸 반기상 씨로, 반 총장의 바로 아랫동생이다.

◇ 조카 반주현, 문서 위조 의혹 부인 “로비스트 탓”

논란의 핵심은 경남기업이 지난 3월 말 제시한 카타르 투자청의 매입 의향이 담긴 공식 문서가 위조됐다는 것이다. 카타르 투자청에선 국내 취재진의 확인 요청에 “해당 문서와 서명 모두가 위조된 것”이라고 답했고, 경남기업 측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해당 계약을 전담한 반 씨가 의혹의 중심에 섰다. 그는 랜드마크72 매각 주관사로 알려진 콜리어스 인터내셔널 뉴욕지점의 담당 임원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반 씨는 문서 위조에 강력하게 부인했다. 만약 문서가 위조됐다면 카타르 투자청과 자신 사이에 개입돼 있는 로비스트가 위조했다는 게 반 씨의 주장이다. 특히 카타르 투자청에서 밝힌 ‘매각 협상 자체가 없었다’는 공식 발표에도 경남기업 탓으로 돌렸다. 자신은 매입 철회 사실을 밝혔으나 경남기업 임원진들이 비밀로 했다는 것. 이에 대해 반 씨는 매각 철회 소문이 나면 투자 의향이 있는 다른 기관들이 건물의 가격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반 씨가 주장한 로비스트의 경우 이 인물의 실존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인데다 반 씨는 물론 반기상 전 고문까지 매각 추진 과정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반 씨는 경남기업 실무자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카타르 국왕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께서 유엔에서 공식적인 만남이 있었고, 제가 알리론 반(기상) 고문님 부탁으로 경남기업 랜트마크72에 대해 언급하셨다’는 등으로 아버지인 반기상 전 고문이 협상에 도움을 준 듯한 내용을 전달했다.

물론 반기상 전 고문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고문으로서 매각 진행 상황을 전반적으로 알고 있었지만 일일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 국가 원수급 인사들이 만나서 해당 발언을 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다만, 아들 반 씨가 참여하고 있는 콜리어스 인터내셔널을 매각 주간사로 소개한 사실에 대해선 인정했다.

◇ 동생 반기상, ‘형님’ 거론하며 매각 개입 의혹도

관건은 반기문 총장의 영향력이 미친 정도다. 반 씨 부자가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기문 총장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번 사건에서 반기문 총장의 역할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방한을 앞두고 그의 ‘입’에 여론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반기문 총장은 18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오는 22일까지 국내에 머물 계획이다. 오는 19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2015 세계교육포럼(WEF)’ 개회식에 참석, 개막연설을 한 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한다. 같은날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와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지도자 정상회의에 참여해 한국 주재 유엔 직원들과도 만난다.

다음날인 20일에는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하고, 개발협력·기후변화 등 국제사회 현안과 한반도 정세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디지털포럼, 유엔아카데믹임팩트(UNAI) 서울포럼에 참석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열리는 유엔 창설 70주년 기념 특별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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