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업계 1위 업체 인텔이 IoT시장을 염두에 두고 미국 '알텔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했다. 미래 먹거리로 IoT를 선정한 업계 2위 삼성전자와의 한판 싸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사위크=최학진 기자] 23년째 반도체 업계 1위는 인텔의 몫이었다. 이런 인텔이 업계 2위인 삼성전자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최근 주문형 칩 제조사 알텔라 인수를 계기로 관심을 IoT로 돌리면서부터다. 미래 먹거리로 IoT를 선정해 지난해 관련업체를 껴안은 삼성전자와의 반도체 전쟁에 불을 붙인 셈이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인텔은 반도체 칩 제조사인 알텔라를 16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인텔 창사 이래 가장 큰 금액의 인수합병(M&A)이다. 인수작업은 6~9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 인텔, IoT 염두 ‘알텔라’ 167억 달러에 인수

알텔라는 차량용이나 통신장비용 임베디드 프로세서와 같은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연 매출은 20억 달러로 인텔 512억 달러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 2위다.

용도에 맞춘 회로 설계 변경이 가능한 FPGAs(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와 디지털 회로 칩인 PLD(Programmable Logic Devices)가 주력이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적합한 반도체라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인텔이 알텔라를 인수해 해당 기술을 내재화하고 IoT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이미 포화상태인 PC CPU 시장과 실적이 부진한 모바일 반도체 시장을 벗어나려는 노림수로 풀이한다.

실제 올 1분기 인텔의 반도체 시장 매출 점유율은 13.3%로 삼성전자(11.2%)와의 격차는 역대 최소인 2.1%p였다. 

인텔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IoT 플랫폼 개발회사인 미국의 스마트싱스를 인수했다. 미래 먹거리로 IoT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새 반도체 모듈 ‘아틱(ARTIK)’도 최근 미국에서 공개했다. 이 모듈은 프로세서와 메모리, 각종 센서가 결합한 세트 상품이다. IoT 시장을 겨냥한 삼성전자의 선점 전략이다. 10나노미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고, 주력인 D램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능력 확대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지난달 7일 평택 반도체 생산기지 기공식을 열었다. 이 기지는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2017년까지 15조6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100억원 규모의 베이징 펀드를 조성해 중국의 유망 반도체 기업에 직접 투자한다. 복합기술을 확보해 향후 벌어질 반도체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이 반도체 시장에 제대로 먹힐지는 의문이다. 먼저 인텔과의 현격한 매출 차이다. 인텔이 알텔라를 인수하면 연매출은 53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연매출 372억 달러를 올렸다. 당초 140억 달러인 인텔과의 격차는 이번 합병으로 160억 달러 이상으로 벌어질 수 있다.

반도체 업계의 잇단 M&A도 악재다. 지난달 28일 싱가포르 아바고는 세계 8위 칩 제조사인 미국 브로드컴을 3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모바일AP 시장을 주도하는 퀄컴도 지난해 10월  IoT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영국 반도체 업체 CSR를 인수했다.

업계 1위인 인텔과의 격차를 줄이고 퀄컴과 같은 또 다른 강자의 추격을 물리쳐야 하는 삼성전자의 ‘칩’이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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