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던 코웨이 매각에 흥행 부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사진='코웨이 정수기 스스로살균 TV광고' 캡처>
[시사위크=조지윤 기자] 하반기 인수합병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던 코웨이 매각에 흥행 부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인수 가격과 국내 정수기 시장의 불확실한 전망이 기업들로 하여금 코웨이 인수전에서 눈길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 ‘포화상태’ 국내 정수기 시장… 기업들, “3조원 들이기엔 아까워”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오는 15일 코웨이 지분 매각을 위해 잠재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매물로 나오는 지분은 코웨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코웨이홀딩스는 사모펀드 전문업체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며 MBK는 사실상 코웨이의 최대주주다.

지난 2013년 1월,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인 MBK는 이 지분을 시장에 다시 내놓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MBK가 인수할 당시 4만3,500원선이던 코웨이 주당 가격은 현재 8만9,000원선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13일 종가 기준 코웨이 시가총액은 6조8,641억원이다. 이를 통해 MBK가 매각하려는 코웨이 지분 가치를 따져보면 2조1,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점쳐진다.

게다가 지분 가치에 절반이 넘는 고배당 성향 등을 감안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매각 가격은 최소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MBK는 인수 이후 챙긴 배당을 제외하고도 투자금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코웨이 지분 매각은 생각보다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SK네트웍스는 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후보로 거론돼왔던 롯데그룹이나 현대백화점, 한국타이어, 교원 등도 인수 의사를 접었고, LG전자 역시 정수기 렌탈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냉장고 사업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인수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GS리테일 역시 현재까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은 가운데, CJ그룹만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만한 영역이 많지 않아 인수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코웨이 매각에 가장 큰 저해요인으로 3조원에 가까운 비싼 가격을 들고 있다.

사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1위로서 코웨이가 청호나이스와 함께 국내 정수기 시장을 주도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내 정수기 시장 규모는 약 2조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 전체 매출 성장률도 1%대로 하락했다. 2013년 MBK가 코웨이를 인수했던 당시 7%대에 가까웠던 성장률은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3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코웨이 지분을 사들일 이유는 딱히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 <시사위크>는 코웨이 측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하나 둘 발을 뺀 가운데, 현재 코웨이 인수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은 중국계 가전업체 캉자그룹과 네덜란드의 필립스다.

캉자그룹은 2012년 웅진그룹에서 코웨이를 매각할 당시에도 코웨이 인수전에 동참해 본입찰까지 참가한 바 있다. 필립스는 코웨이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에 투자 안내서 외에 추가 정보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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