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기업과 광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으로선 홍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30여초의 TV광고를 위해 수천만원부터 수십억원을 들이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돈 한 푼 안들이고 언론에 수십 차례 노출되는 기업이 있다. 바로 롯데그룹 이야기다.

최근 롯데그룹 총수일가는 경영권을 둘러싼 싸움을 재개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본L투자사를 장악하며 일단락 됐지만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재반격이 시작된 것.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또 다른 막장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처소서 벌어지는 난투극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잠적을 깨고 반격에 나선 때는 이달 8일. 이날 신동주 전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호소를 시작으로, 14일 일본 광윤사 주주총회를 개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이사직 해임 및 스스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롯데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반적인 법정공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장드라마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 겸 숙소인 롯데호텔 34층에서 펼쳐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숙소출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6일 “아버님 거소인 롯데호텔 34층의 관리를 내가 총괄할 예정이니 그리 알기 바란다”는 통지서를 신동빈 회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도 “통고서가 아버지의 진의(眞意)인지 알 수 없다”며 반발했고, 이에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직원들을 34층에 배치했다.

이어 19일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동하고 서울대병원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가자, 신동빈 회장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의도된 목적에 활용하려 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비난했다.

이후 신동빈 회장 측은 롯데호텔을 통해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직원들을 ‘외부인사’로 규정, 34층에서 나가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아버지의 뜻’이라며 신동빈 회장 측의 비서실장을 해임하고 34층에 있던 롯데그룹 소속 직원들을 모두 퇴출시켰다. 그러자 롯데 측은 ‘해임은 무효’라며 맞서며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양상이다.

◇ 그들만의 리그, 피해는 롯데 내 직원 및 우리나라

신동빈 회장의 수성전이 성공할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등에 업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이 먹힐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신동빈 회장이 유지하더라도 ‘가족의 등에 비수를 꽂은 잔혹한 인물로’, 신동주 회장이 재기에 성공해도 ‘아버지 후광에 오른 인물’로만 비춰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들의 분탕질로 피해를 입으면서도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롯데 내 직원들,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걱정이다.

소유주야 어찌됐든 롯데를 비롯한 관련기업에 직간접으로 고용된 우리나라 사람은 수십만에 달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생중계 되다시피 매일 롯데가의 분쟁 기사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에게 롯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각인되고 있다.

즉, 롯데의 제품이나 관련 서비스를 소비할 때마다 ‘막장’, ‘형제간 혈투극’, ‘한구크 기업?’ 이란 말들이 연상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는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이들에겐 신동주·신동빈의 경영권 분쟁에 참여할 권한이 없다.

또 자산규모 기준 우리나라 재계 서열 5위의 롯데 총수일가가 일으킨 분탕질로 우리나라가 해외에 어떤 이미지로 비춰질지도 우려스럽다. 이미 외신들은 한 차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을 보도하며 “불합리한 지배구조는 한국기업들의 평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쯤에서 나오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신동주·신동빈 두 형제가 경영권에서 손을 떼고 전문경영인을 추대하는 것이 롯데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길이란 말도 나온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이미 진흙탕 싸움에 빠진 이들에겐 쇠귀에 경 읽기로만 들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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