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롯데가(家). 형제간 다툼을 일으킨 한국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분구조 최정점에는 롯데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롯데가 있다. 그런데 이 호텔롯데가 또 다시 빈축을 사고 있다.

◇ 강호인 장관, 40일간 3번 회의에 ‘1,000만원’

강호인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취임사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강호인 장관의 아주 작은 경력이다.

강호인 장관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 9월 11일, 호텔롯데의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전까지 사외이사를 두지 않고 있었던 호텔롯데가 강호인 장관을 비롯한 사외이사2명과 감사위원 3명을 선임한 것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내려진 조치였다. 호텔롯데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들을 선임하면서 동시에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이사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형을 제치고 롯데그룹을 손에 넣으려했던 신동빈 회장의 의중이 상당히 반영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후 신격호 명예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부정하면서 진흙탕 싸움이 이어지고 있지만 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호텔롯데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에는 다소 의문의 시선이 남는다.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보다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급히 동원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강호인 장관은 장관후보자로 내정되면서 불과 한 달 열흘 만에 호텔롯데 사외이사직을 내려놓았다. 이 짧은 기간 동안 강호인 장관은 2번의 이사회와 1번의 감사위원회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이 3번의 참석을 통해 그가 받은 돈은 약 1,000만원이다. 회의 1번 참석에 300만원이 훌쩍 넘는 돈을 받은 것이다.

심지어 그는 호텔롯데의 상장 추진을 논의한 이사회에서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롯데그룹의 정점인 호텔롯데의 상장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는 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모두 일본 쪽에서 쥐고 있다. ‘롯데가 한국기업이냐 일본기업이냐’라는 논란과 질타가 제기된 핵심 이유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롯데를 상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중요한 안건을 두고도 강호인 사외이사는 어떠한 의견도 밝히지 않았다.

◇ 여론 회복에 목맨 롯데, 진정성은 없다

▲ 롯데호텔에서 무려 84번의 일일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일하다 해고된 김영 씨는 현재 롯데호텔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호텔롯데는 그 역할이 의심스러운 사외이사에게 회의 1번에 33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안겼다. 일당이 330만원이었던 셈이다.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롯데호텔에서 ‘하루살이’로 일한 청년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롯데호텔은 무려 84번의 일일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며 일하다 단번에 해고된 청년과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다. 또한 같은 방식으로 일한 다른 청년들의 경우엔 당연히 지급해야할 퇴직금을 빌미로 “향후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잡한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를 향한 여론이 악화되자 롯데는 이를 잠재우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히며 호소했고, 적극적인 청년고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호텔롯데의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도 같은 맥락이었다.

하지만 한걸음 더 다가서서 롯데그룹을 들여다보면 전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청년고용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하루살이’ 청년 근로자들을 제멋대로 내쫓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선임한 사외이사는 또 다른 의혹만 남긴 채 거액을 받고 홀연히 떠났다.

한편, 강호인 장관은 이러한 의혹 및 논란에 대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송구스럽다”며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게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 고민 끝에 호텔롯데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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