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팔라 월간판매량 추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지엠은 지난 8월, 준대형세단 알페온을 대신해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임팔라. 지난 1957년 미국에서 처음 태어나 60년 가까이 꾸준한 사랑받아온 전통의 강자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디자인이나 성능, 안전은 이미 검증된 셈이었고, 무엇보다 해외에서 생산돼 들어온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부각됐다. 수입차나 다름없는, 이른바 ‘무늬만 국산차’에 대한 선호도 등에 업은 것이다.

이처럼 큰 관심과 기대 속에 한국지엠은 지난 7월 사전계약에 돌입했다. 임팔라를 향한 관심과 기대는 계약서 사인으로 이어졌다.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지만,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임팔라 앞에 줄을 섰다.

그렇게 임팔라는 지난 8월 242대를 시작으로 9월 1,634대, 10월 1,499대를 판매했다. 알페온의 올해 누적판매량이 3,5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또한 연간 판매 2만대 이상을 내심 바라던 한국지엠의 기대에 부응하는 행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치고 올라갈 줄 알았던 임팔라의 11월 판매량은 오히려 839대로 뚝 떨어졌다. 9~10월 판매량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계약을 하고 차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상당하다는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판매실적은 더욱 의외였다.

◇ 뜨거운 반응은 좋지만… 신중 기하는 한국지엠

그렇다면 임팔라의 판매량이 불과 3개월여 만에 급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분명한 것은 이러한 판매량이 임팔라의 인기를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팔라의 11월 판매량이 적게 나온 것은 수급에 따른 문제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수치를 말할 순 없지만 대기하고 있는 고객들이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임팔라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생산돼 선박을 통해 국내로 들어온다. 그런데 물량 확보와 수급이 임팔라의 인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정도가 조금 심하다는데 있다. 현재 임팔라는 차를 인도받기까지 최소 4~5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임팔라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히는 ‘해외생산’을 고려하면 감안해야할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로 인해 임팔라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임팔라의 적수로 볼 수 있는 현대차 그랜저나 기아차 K7, 르노삼성 SM7 등은 계약 후 오랜 기다림이 필요치 않다. 내년 상반기 르노삼성이 새롭게 선보일 탈리스만 역시 국내에서 생산되기에 임팔라 같은 수급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이러한 문제가 지속된다면 자칫 임팔라의 최대 장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생산을 포함한 원활한 물량 확보 방안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국지엠 관계자는 “우선은 원활한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은 국내생산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 회사의 입장엔 달라진 것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지엠 측은 노조의 임팔라 국내생산 시기 확정 요구에도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지엠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국내생산은 적잖은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고려할 사항이 많다. 그런데 막상 국내생산에 돌입한 뒤 임팔라의 인기가 시들해진다면, 난감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의 물량 공급 차질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임팔라의 입지를 세심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생산 이후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고려해야할 사안이다. ‘무늬만 국산차’라는 매력이 없어진 뒤에도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다른 차종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타이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팔라의 인기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해외수급만 고집할 경우 자칫 ‘탈 사람만 타는 차’로 전락할 수 있고, 반대로 섣불리 국내생산을 결정했다가 김칫국만 마시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지엠 관계자는 “12월엔 수급 문제가 개선되면서 2,000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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