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행사에서 만난 모습. <출처=뉴시스>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민주주의자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추모식에서 제1야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한 평생을 민주주의에 바친 김근태 전 고문의 명언 ‘하나가 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철수·천정배·박주선 등이 야권재편에 나서면서 더불어민주당이 갈기갈기 찢어져 더 그렇다.

30일 오전 10시 30분쯤 문재인 대표는 서울 창동성당에서 추도사를 통해 “선배님은 이미 이기는 방법을 알고 계셨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실천하지 못한다”고 자성했다. 문 대표가 말한 김 고문의 ‘이기는 방법’은 ‘통합’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 대표가 보여준 행보는 ‘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8전당대회를 통해 더민주호의 운전대를 손에 쥔 문재인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야권분열의 책임자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당대표에 취임 한 문 대표가 4·29, 10·28 재보궐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하자 당내 비주류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고, 이를 거부해 끝내 분당사태를 맞이했다.

결국 문 대표 체제 들어 천정배 신당과 박주선 신당, 안철수 신당 등이 등장했다. 또 광주 지역구 의원들의 탈당은 물론, 박지원·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의 연쇄 탈당 조짐도 일고 있다.

더욱이 이날 김근태 고문의 부인 인재근 더민주 의원은 “분열은 통합을 강조했던 김근태 정신과 어긋나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문 대표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만 문 대표는 추모식에서 자성과 함께 ‘수습 의지’도 밝혔다. 그는 “더 강한 야당, 더 단단한 야당으로 박근혜 정권에 맞서 이겨야 한다. 그것이 선배님의 간절한 희망을 이뤄드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통합’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추모 미사 이후 문 대표는 ‘안철수 의원과의 만남’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대해 “어색해도 어떻게 하나. 앞으로 좋은 경쟁을 해나가야 한다. 또 언젠간 통합도 해야 한다. 같이 갈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정치권은 내년 총선 이후 문 대표가 신당 세력과의 통합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을 내비췄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고문의 ‘통합’ 정신은 당분간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문 대표와 함께 김 고문 추모식에 참석했던 안철수 의원이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추모식 후 취재진과 만나 문 대표가 언급한 통합에 대해 “통합에 대해서는 이미 제가 원칙을 말씀드렸다”고 선을 그었다. 안 의원이 말한 원칙은 내년 총선에서 더민주를 제외한 야권 연대를 뜻한다.

김근태 고문의 추모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표가 최근 정국 상황과 관련, 여러모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