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이 지난 1일 공개한 CJ헬로비전-SK텔레콤 인수합병관련 보고서 표지.<출처=SK증권>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의 인가심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같은 계열에 속한 SK증권의 보고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인수합병에 따른 CJ헬로비전의 이익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로, CJ헬로비전의 ARPU(가입자당 평균매출)가 증가할 것이라는 의견을 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합병 후 요금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 같은 견해는 억측이란 지적이 따른다. 다만 보고서는 SK텔레콤이 결합상품 강화를 통해 CJ헬로비전 가입자를 유지시킬 것으로 내다봐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 SK증권, 보고서에 담은 내용은?

앞서 지난 4월 1일 공개된 SK증권의 CJ헬로비전 보고서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따라 CJ헬로비전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최관순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시장서의 점유율은 26.5%"라며 "추가적인 가입자 확보는 197만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 후 일몰 예정인 유료방송 내 점유율 합산규제로 인해 KT와 SK의 가입자 모집 한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경쟁 강도가 완화됨으로써 평균 1인당 가입자 획득비용의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즉, 현재 정부는 유료방송시장에서 합산 점유율 33%로 규제하는 중인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시 규제수치에 근접하는 만큼 가입자 유치경쟁이 완화되고 비용도 감소될 것으로 분석한 것.

또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이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의 ARPU가 아날로그 보다 높은 만큼 CJ헬로비전의 ARPU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말 기준 아날로그와 디지털 가입자의 ARPU(1인당 매출)는 각각 3,529원, 1만948원인데,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만으로도 전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최 연구원의 견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간 KT와 LG유플러스가 이번 인수합병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주장한 '요금인상'부분을 SK증권도 인정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인당 평균 수익률인 ARPU의 증가는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데, SK텔레콤 측의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반박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각은 맥락에 맞지 않는 비판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에 따른 KT와 LG유플러스의 우려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가입자를 IPTV로 흡수하거나 CJ헬로비전이 제공하는 동일한 서비스의 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란 예상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SK증권이 주목한 부분은 CJ헬로비전 케이블을 이용하는 가입자에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ARPU의 증대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SK증권 측은 "ARPU 상승의 의미는 단순히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이 아니라, 저가 아날로그 가입자들이 고품질 디지털서비스로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각 비용을 부담하고 있었던 서비스들의 결합으로 가계통신비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SK증권 "SKT, 결합상품 확대로 가입자 락인효과 기대"

정작 보고서가 언급한 내용 가운데 논란이 될 수 있는 점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인수에 따른 이익 창출을 위해 결합상품 판매를 강화할 것이란 부분으로 보인다.

최 연구원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우선적으로 자사 가입자 방어전략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며 "SK텔레콤과의 이동통신 결합을 통해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동통신과 TV, 초고속인터넷을 결합할 경우 TV 부분 APRU 상승이 가능하다"며 "86만명에 불과한 CJ헬로비전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자사 초고속인터넷 가입으로 전환 유도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결합상품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이번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진영과 유사한 논리다.

앞서 KT와 LG유플러스 측은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 가입자에 결합상품을 미끼로 이동전화 회사변경을 유도할 것"이라며 "케이블TV를 끼워 팔아 결합을 강제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최 연구원의 또 다른 보고서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최 연구원은 지난 3월 30일 SK텔레콤에 대해 "CJ헬로비전 인수 시 유료방송의 점유율 제한으로 인한 경쟁완화가 예상된다"며 "비용 절감효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동통신과의 결합상품 확대를 통해 가입자 락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SK증권의 보고서가 공개되자 일각에선 그룹 내에서 인수합병이란 이슈에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이 보고서는 논란이 일자 현재 SK증권 홈페이지 등에서 삭제된 상태다.

SK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증권회사 애널리스트가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작성한 보고서로 사전조율 자체가 자본시장통합법에 위배된다"며 그룹 내 계열사와의 소통기능 미비논란을 일축했다.

또 "보고서가 왜곡 해석되고 있어 자체적으로 판단한 결과 내리기로 했다"며 "SK텔레콤 측의 요청은 없었고,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의 동의는 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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