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사진=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3일 ‘국민의당 단독집권 가능성’에 대한 세미나가 유성엽 의원의 주관 하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치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20대 총선 결과를 복기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단독집권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임내현 의원 등 다수의 국민의당 당선자들이 자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물론 ‘오만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직 20대 원구성도 안 된 상황에서 벌써부터 연정론을 꺼내고 대권을 언급하느냐는 것이다. 실제 안철수 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를 언급하고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정’을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당은 권력을 추구하는 조직이고, 최종목표는 ‘정권창출’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언급했듯이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아니다. 정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 결의를 다지고 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 20대 총선은 제3세력 스윙보터 존재의 재확인

패널로 참석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비매력적인 것과 매력적인 게 있다면 더 큰 매력적인 것으로 덮어버리는 게 정수”라며 오히려 국민의당 내에서 정권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논란 끝에 시작한 세미나는 20대 총선 결과에 대한 복기부터 시작됐다.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냉철히 파악해야 다음 선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결과는 어떤 언론이나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온 터였다.

가장 주된 이유로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패를 한 목소리로 꼽았다. 호남참패에도 불구하고 더민주가 원내 1당이 된 것도 김종인 대표의 ‘경제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최용식 국민의당 경제재도약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종인 대표의) 경제 아젠다를 정치권에서 과소평가 하는데 이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당의 호남대승에 대해서는 ‘반문재인 정서’를 주요 이유로 판단했다. 세미나를 주재한 유성엽 의원은 “반문재인 정서가 더민주 반사작용을 일으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향후에는 이런 반사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능동적 승리동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의견이 분분했던 것은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제치고 정당투표 2위를 한 것이다. 일부는 안철수 대표의 공로를 이야기 했고, ‘교차투표’가 언급되기도 했다. 향후 ‘전략’을 이유로 분석결과를 숨기는 패널도 있었다.

가장 주목된 것은 최광웅 데이터정치연구소장이 내놓은 ‘제3세력 스윙보터론’이었다. 역대 선거결과를 살펴보면, 오히려 야권이 분열됐을 때 여소야대가 형성됐다. 양당정치로 그동안 보이지 않았을 뿐 3당을 선호하는 유권자들은 항상 존재해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야권분열이 곧 필패라는 공식은 이번에도 틀렸음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20~30대 앵그리 보터와 영세자영업자가 가세하면서 놀랄만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 안철수의 대선승리,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그렇다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은 단독으로 집권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가능하다’였다. 다만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붙었다. 국민의당이 추구하는 명확한 방향성, 메시지의 일관성과 진실성, 마지막으로 수권능력의 입증까지 총 세 가지다.

일단 방향성은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로 잡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물론 새누리당과 더민주 역시 경제문제로 포커스를 잡을 가능성이 높기에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들은 비조직화 돼 표심으로 나타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자영업자들에 주목한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보이는 표심이 200만이라면,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들은 2천만이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 이들은 비조직화돼 잘 보이지 않는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은 200만에 불과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나 자영업자들의 숫자는 2천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에 맞는 메시지와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 <사진=뉴시스>
이들 계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보다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민주 등 진보는 양극화나 격차문제의 원인을 재벌 대기업의 착취라는 전통적 막스주의 관점에서 보지만, 이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

김대호 소장은 “(대기업 집단의) 불공정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대추구자 등 기득권을 위한 ‘렌트격차’가 있는 것이 더 분명하다”면서 “정치권이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렌트격차’를 주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대표는 하부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려 (분배격차가 아닌) 생산성 격차를 줄이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메시지의 일관성과 꾸준함이 계속돼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실 정치인의 지나친 욕심으로 메시지가 백화점식으로 흐를 수 있는데, 오히려 논지만 흐릴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한 메시지로 핵심에 집중해, 계속적으로 반복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최광웅 소장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선거를 관찰해보면, 전략투표라는 것은 인지심리학의 ‘확정편형’을 고급스럽게 표현한 것”이라면서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꼼꼼하게 보고 들어서 투표하지 않는다. 학력과 사진 통상적 선호정당 등을 종합해 투표한다”며 반복적 메시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용식 부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출마가 있었던 71년 대선을 예로 들었다.

“71년 대선 때 연평균 성장률이 11%가 넘었다. 단군 이래 최초로 보릿고개를 넘었다고 할 정도로 최대호황기였다. 그래서 당시 야권의 리더들은 대선을 포기했었다. 가장 인기드라마였던 수사반장에 등장하는 범죄자들은 모두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등 대국민 상징조작과 암묵적 정치공작까지 있었다. 그 선거에서 도저히 이길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후락이나 김형욱 실장 등이 증언했듯이 개표에서는 졌지만 투표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이겼다. 김대중 후보는 선거 때 총통제와 영구집권 문제만 줄기차게 제기했는데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제대로 된 하나의 화두를 가지고서도 대선승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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