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 건축 허가 희소식 앞두고 지역단체에 ‘된서리’

▲ 부영의 제주 중문단지 내 호텔 조감도(왼족)와 천연기념물 443호로 지정된 주상절리대 전경.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부영이 추진중인 제주 중문단지 내 호텔 공사가 또 다시 난항에 부딪쳤다. 우여곡절 끝에 건축허가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뼈아프다. 

지난 17일 이 지역 환경단체인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내고 “제주도는 부영호텔 건축허가를 보류하고 부지매입을 위한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가 지역의 관광 산업 부흥을 이끌 수 있는 대규모 호텔 사업에 제동을 걸고 나선 건 호텔이 들어서는 주변 일대 경관을 민간 기업이 사유화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천연기념물, 대기업 사유물로 전락"

호텔이 들어설 중문관광단지는 제주에서도 절경이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된 주상절리대와 해안 경관이 장관이다.

이에 해당 공사 소식이 전해진 초기부터 대기업의 경관사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해 9월에는 ‘제주도 건축·교통 통합심의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기까지 했다.

당시 심의위원들은 “중문 주상절리대는 국내를 대표하는 자연유산으로 이를 한 기업의 사유물로 취급하는 계획을 지양하라”고 도와 부영 측에 촉구했다.

결국 도와 부영은 지난 3월 열린 경관위원회 의견에 따라 공사 계획을 전면 수정, 주상절리대 관람이 크게 훼손되지 않는 쪽으로 호텔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건축물의 길이를 기존 200m에서 100m 내외로 분동 또는 분절시켜 개방지수를 확대하기로 했으며, 호텔 부지 전체면적 29만3897㎡의 28%에 해당하는 8만3240㎡을 공공구역으로 설정해 투숙객과 지역주민에게 수시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또 총 4개의 호텔 중 호텔2와 호텔3 사이의 주상절리대 진입로를 당초 15m 왕복 2차선에서 27m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해 출입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 “법적 구속력 없는 약속” VS “가이드라인 지킬 것”

이에 따라 부영의 중문단지 호텔공사는 제주도로부터 건축허가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지난 17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이번 사업을 둘러싼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면서 부영의 고민이 깊어졌다.

논란의 핵심은 도와 부영 양측이 체결한 ‘경관협정’이다. 아름다운 경관 형성을 목적으로 토지소유자와 그 관계자간에 맺는 협정으로, 주로 사유지 일부를 민간에 개방할 경우 체결된다. 제주 중문 호텔의 경우 ‘1인 협정’으로 맺어져 부영 스스로 이를 지키도록 돼있다. 해당 시민단체는 그러나 양측이 체결한 ‘경관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약으로, 공사 허가 후 부영 측이 언제든지 계획을 바꿀 공산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중문 주상절리대 경관사유화 문제는 애초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라며 “제주도는 부영호텔 건축허가를 보류하고 부지매입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도와 부영 측은 지역 환경단체의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부영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관의 감독없이 기업이 지역 공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경관협정 가이드라인 내에서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 역시 “경관협정이란 올레길 조성 등 경관 보호를 위한 맺어지는 보편적인 협정”이라며 “도에서도 호텔이 완공될 때까지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부영 제주 중문 호텔 공사는 경관협정 체결로 제주도 측 인가가 떨어진 상황이다. 향후 부영 측 최종 검토에 따라 마무리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자체와 건설사, 환경단체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제주 중문 호텔 공사를 둘러싼 공방이 어떻게 결론 맺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