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옥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내정자(우)와 정진석 원내대표(좌)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에 내정된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이 27일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김희옥 내정자는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며 전당대회 준비와 당의 혁신을 동시에 담당할 예정이다.

당이 위기상황인 만큼 수락일성으로 “혁신”에 초점을 맞췄다. 국회 정론관에서 수락 기자회견을 연 김 내정자는 “새누리당을 국민눈높이에 부합하는 정당으로 혁신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 달라는 당의 요청에 의해 이 자리에 섰다”며 “지금까지 퇴행적 관행이 있었다면 과감하게 깨뜨리겠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혁신방향’ 묻는 질문에는 “아직 당무 파악 못해…”

김 내정자는 동국대 법학과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법무부 차관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거쳐 동국대 총장을 역임했다. 정치권과의 인연은 검사시절 국회 법사위 입법심의관을 맡았던 것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인사청문회에 참석했던 것이 전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국민눈높이”를 말했다. 정치권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국민눈높이에서 혁신이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환골탈태 하기 위해서 무엇을 내려놓고 버려야 할지,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국민 눈높이에서 알려주시기에 충분한 경륜과 식견을 갖춘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김 내정자가 ‘얼굴마담’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전당대회는 오는 8월로 김 내정자의 비대위원장 재임기간은 2개월 남짓에 불과하다. 정치권 생리를 전혀 모르는 김 위원장이 ‘혁신’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짧다는 것.

실제 취재진과 만난 김 내정자는 당의 문제나 혁신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 “아직 당의 사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다. 절차를 밟아 정식으로 일하게 되면 내용을 파악해서 말씀드리겠다”며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간이 촉박한데다 방향설정도 불분명해 혁신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정치권 고개 절레절레, “혁신하지 않기 위한 인선”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정치생리를 잘 모르는 사람을 앉혀두고 2달 만에 혁신을 하라는 것인데, 어렵다고 본다. 혁신위와 비대위를 분리했을 때는 혁신위를 더 존속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지 않느냐”면서 “혁신비대위라고 하지만 친박과 비박사이에 낀 정진석 원내대표가 (관리형 비대위로) 고육지책을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김 내정자가 혁신에 대한 실권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의 힘으로 비대위원장에 앉았다는 원초적 한계가 있다는 것. 앞서 비대위원장으로 비박계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평적 당청관계와 강도 높은 혁신을 주장했던 김 전 국회의장이 혁신의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친박이 승리하면서 당무는 ‘관리형 비대위’를 요구한 친박계의 입맛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대호 두문정치연구소 소장은 “친박계 압박을 받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사실상 백기투항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혁신하지 않기 위한 인선으로 본다”며 “이 분(김희옥 내정자)이 혁신에 실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은 전당대회까지 관리형 비대위로 가고 결국 당권주자들이 혁신안을 가지고 승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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