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부실에 책임있는 경영자나 주채권은행 및 대주주들의 고통분담에는 인색하다는 게 요지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가 해운·조선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기업부실을 초래했던 경영진 책임이나 산업은행에 대한 구조개혁에는 다소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은 “산업은행은 들러리였을 뿐”이라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주장을 근거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8일 발표된 정부의 구조조정안의 핵심은 11조 규모의 국책은행(산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구조조정의 실탄으로 사용한다는 내용이다. 이 중 10조는 한국은행이, 1조는 기업은행이 대출형태로 산업은행에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수출입은행에 현물출자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대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은행의 10조 대출에는 발권력이 동원되고, 신용보증기금이 지급보증을 해주는 방식을 취했다.

아울러 해운과 조선업종의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도 추진된다. 용선료 협상이 곧 마무리될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편입을 지원하고,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 등 정상화를 적극 지원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종은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다만 경영실패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나 대주주들의 고통분담에는 다소 인색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소수의 대주주들은 증자에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의 사례처럼 홀로 손실을 피하려 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더구나 주채권은행으로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에 대한 개혁도 미진하다는 지적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개혁 없이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더민주나 국민의당 등 야권은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을 각각 제시하며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국민의당이 ‘추경’을 제시한 데 이어 더민주도 내부 토론을 거치며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안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분명한 것은 경영진에 대한 책임소재규명과 투명경영 확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구조개혁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에는 이 같은 선결과제가 빠져 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9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기업부실의 책임소재나 구조조정의 목표를 밝히지 않았다”며 “주채권은행은 구조조정 기업에 못지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산업은행 등은 대우조선에 준하는 고통분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조선산업의 부실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실직, 엄청난 재원을 부어야 하는 구조적 부실이 서별관회의에서 결정됐다는 홍 전 회장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20대 국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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