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주식취득' 및 '합병'을 금지하는 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CJ헬로비전 본사.<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먹구름이 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으로 전해진 것. 미래부 등의 심사가 남았지만, 세 트랙으로 이뤄지는 심사 모두 통과해야 인수합병이 진행돼 SK텔레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 “3곳 중 어느 한곳이라도 불승인시 합병불가”

6일 SK텔레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4일 SK텔레콤에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보고서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주식취득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의 합병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SK텔레콤 등의 입장을 수렴한 후 전원회의를 개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입장이 인수합병 금지로 확정되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이번 M&A가 성사되기 위해선 공정위ㆍ미래부ㆍ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각각 공정거래법ㆍ전기통신사업법ㆍ방송법과 IPTV법을 적용하기에 심사절차와 기준이 다르다. 미래부와 방통위에선 M&A 인가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주식을 취득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의 주식취득 및 합병 금지 입장이 확정된다면 인수합병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

SK텔레콤이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 등을 진행한다 해도 분쟁기간 동안 인수합병절차가 동결된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정위는 미래부에 심사의견을 주는 것과 별개로 기업결합 승인권을 가진다”며 “공정거래법상 승인이 나지 않으면 (다른 쪽이 인가해도) M&A 자체가 진행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공정위 전원회의 전까지 소명 자료를 마련, 의견을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 공정위 '인수합병 금지 결정' 적절한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공정위의 금지결정은 이례적인 조치로 보인다. 과거 경쟁제한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 M&A의 심사에서도 ‘한시적 점유율 제한 및 요금 인상 금지’ 또는 ‘특정 사업 매각’ 등의 조치만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기업결합에 금지명령을 내린 사례는 5건에 불과하다.

물론 과거의 사례가 현재를 결정하진 않는다. 공정위의 판단은 ‘합병법인이 출범할 경우, 권역별 방송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가 강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즉, 합병법인이 출범하면 기존 CJ헬로비전의 23개 방송권역 중 21곳에서 1위 사업자가 되기에 불허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권역별 시장점유율 합산에 따른 경쟁제한은 이미 지난 룰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권역별 사업자로 출발한 케이블TV는 과거 자신들의 지역에서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위성사업자와 IPTV의 출범으로 점유율이 낮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기존 ‘방송구역 내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를 풀었다. 지난해부터 권역에 관계없이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의 합산 점유율을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3%를 넘지 않도록 하는 합산규제를 실시한 것.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SK브로드밴드와 합병해도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25.7%로, 29.3%의 KT에 이은 2위”라며 “공정위가 과거 잣대로 판단한 건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일각에선 공정위가 여론의 압박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시각도 보낸다. 지난해 12월 심사가 시작된 후 업계에선 조건부 승인이란 말들이 나왔지만, 공중파가 여론전에 가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건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전원회의를 거친 후 최종 결정과 그에 따른 사유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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