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엘코리아가 제작한 경구피임약 '야스민정'(왼쪽)과 '야즈정'. <바이엘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바이엘의 경구용 사전피임약 ‘야스민’ 복용 후 사망자가 국내에서 또 발생했다.

지난 5월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야스민을 처방받아 복용한 여성 환자가 숨진 것이다. 지난 2012년 2월에도 춘천에서 야스민을 복용한 여성이 사망, 이 피임약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 복용 시 혈전증 위험 3배 ‘껑충’

바이엘코리아(이하 바이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하 안전관리원)가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안전관리원의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피해구제위원회에 심의를 올릴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사망과 약물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인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인과관계가 판명되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야스민’ 피해사례는 국내외에서 자주 보고되고 있다. 4년 전 춘천에 사는 26세 여성은 생리통을 완화시키고자 야스민 3개월치를 처방 받아 먹던 중 폐혈전색전증으로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는 25세 여성이 바이엘의 피임약을 복용한 후 뇌졸중이 발생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성분은 ‘드로스피레논’이다. 드로스피레논 함유 피임약은 다른 피임약보다 혈전증 발병 위험이 약 3배나 높다. ‘야스민’뿐만 아니라 바이엘이 제조한 또 다른 피임약 ‘야즈’에도 해당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즈의 경우 국내 부작용 사례는 없지만 일본에서 3건의 사망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경구용 사전피임약은 여성들에게 피임 목적뿐만 아니라 여름철 휴가를 앞두고 생리주기를 조절하거나 생리통, 여드름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도 흔히 사용된다. 성인 여성은 물론 생리를 갓 시작한 학생들도 자주 접하는 약이다.

의약품 시장조사 자료 IMS헬스에 따르면 ‘야스민’은 올 1분기 5억9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야즈’는 24억9900만원으로 사전피임약 가운데 가장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 당국은 4년 전 사망 사건 파악조차 못해

식약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2012년 춘천 사망 사고 당시 식약처 차원의 진상조사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해당 연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당시 조사가 진행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조사를 맡은 안전관리원도 파악을 못하긴 마찬가지다. 안전관리원 관계자는 “우리 기관이 2012년 4월에 출범했는데 춘천사고는 이후 접수가 됐는지 확인해봐야한다”며 “피해구제 제도도 2014년 12월 19일부터 시작해 그 이후에 발생한 건에 대해서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을 처방 하는 일선 병원에서도 부작용 고지는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춘천 사망 사고의 피해자에게 의사가 야스민을 처방하면서 과거 병력을 묻지 않은 것이다. 사망한 피해자는 평소 편두통과 자궁내막근종을 앓아온 고위험군 환자였지만 법원은 설명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야스민과 야즈는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일반적으로 사전피임제는 일반의약품,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는데 위험성 사례가 여러 번 보고된만큼 의사의 상담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분류한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혈전색전증에 대한 위험성은 주의사항 등 경고 문구가 다 들어가 있다”며 “사인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다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