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센타이어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를 비롯해 미국ㆍ유럽ㆍ오세아니아 등에서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넥센타이어가 스포츠 마케팅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야구단 ‘서울 히어로즈’의 이름을 차지해 쏠쏠한 재미를 보더니, 해외시장 공략에 있어서도 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마케팅에 투자하는 비용 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 우려의 시선 지워낸 ‘신의 한 수’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는 다른 9개 구단과 다른 점이 있다. 모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야구단 그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다. 이름에 ‘넥센’이 붙는 이유는 넥센타이어가 메인스폰서이기 때문이고, 진짜 이름은 '서울 히어로즈'다. 우리담배가 메인스폰서였을 땐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을 썼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국내 프로 스포츠 환경에서 서울 히어로즈의 행보는 신선했지만 결코 녹록치 않았다. ‘돈’이 문제였다. 창단 초기 KBO 가입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우리담배와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해지됐고, 자금난으로 인해 핵심 선수들을 이적시키며 팬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서울 히어로즈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은 넥센타이어를 만나면서다. 2010년 넥센타이어는 서울 히어로즈와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고, 그렇게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가 탄생했다.

메인스폰서를 통해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자 넥센 히어로즈는 ‘야구단 기업’으로서의 행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가능성 있는 유망주 영입과 육성 등을 통해 스타 선수를 키워냈고, 2013년 마침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4년엔 한국시리즈에서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의 ‘삼성 라이온즈’와 겨루기도 했다.

▲ 2010년 넥센타이어와 서울 히어로즈가 처음 손을 잡았다.
넥센타이어의 선택이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첫 계약 당시 서울 히어로즈는 메인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머지않아 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았다. 때문에 넥센타이어를 향한 시선엔 우려가 더 컸다. 그러나 ‘넥센’ 이름을 단 뒤, 4년 만에 국내 정상급 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덕분에 넥센타이어는 다른 9개 기업과 같은, 아니 그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직접 야구단을 운영하는 비용보다 훨씬 적은 비용과 리스크를 부담하고도 말이다.

넥센타이어가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얻은 ‘뜻밖의 효과’는 인상적이다.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강정호와 박병호를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시켰고, 두 선수 모두 무난하게 안착했다. 보기 드문 한국 출신 타자의 등장과 활약은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는데, 두 선수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은 것이 전 소속팀인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타이어가 예상이나 기대를 전혀 하지 못했던 인지도 상승효과를 본 것이다.

넥센타이어와 서울 히어로즈는 지난해를 끝으로 헤어질 뻔 했다. 양측의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넥센타이어를 부럽게 바라보던 몇몇 업체가 서울 히어로즈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계약을 추진한 곳이 일본 금융회사로 알려지며 여론의 역풍을 맞았고, 넥센타이어 내·외부에서도 마케팅 효과를 놓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넥센타이어와 서울 히어로즈는 다시 손을 잡았다.

▲ 넥센 히어로즈의 대표 마스코트 '턱돌이'가 타이어를 들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여러 핵심 선수가 떠났음에도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내며 3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의 숫자와 구단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며 화제성도 한층 키웠다. 넥센타이어의 마케팅 효과도 덩달아 순항 중이다.

◇ 해외시장 공략의 첨병 ‘스포츠 마케팅’

서울 히어로즈에게 있어 힘든 시절 손을 내밀어 준 넥센타이어는 가장 큰 은인이다. 반대로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확실하게 알려준 서울 히어로즈 역시 넥센타이어에겐 고마운 존재다.

넥센타이어는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로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먼저 미국이다. 올 시즌 넥센타이어는 텍사스 레인저스, LA 에인절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전엔 LA 다저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도 손을 잡은 바 있다.

야구보단 축구가 훨씬 인기가 높은 유럽에서는 명문 축구팀과 손을 잡았다. 영국의 맨체스터 시티, 스페인의 발렌시아·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의 나폴리·라치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마인츠05 등과 파트너십 혹은 경기장 광고 제휴를 맺었다. 유럽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4대 리그에서 모두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 넥센타이어는 오세아니아 지역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럭비를 활용하고 있다.
체코와 뉴질랜드에서 진행 중인 스포츠 마케팅은 더욱 인상적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현지에선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스하키, 럭비에 손을 내밀었다. 체코에서는 아이스하키팀 믈라다볼레슬라프를, 뉴질랜드에서는 럭비팀 치프스를 후원한다. 스포츠 마케팅에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아는 넥센타이어의 행보다.

스포츠 마케팅 효과를 정확히 계산하긴 쉽지 않지만, 지표상으로도 효과가 입증된다. 2010년 2000억원대였던 분기 매출 수준은 이제 4000억원대 중반을 가뿐히 넘는다. 올 2분기에는 4932억원의 매출액과 6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연간 실적 역시 창립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넥센타이어다.

실적 상승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북미 및 유럽시장이다. 그곳을 공략하기 위해 넥센타이어가 내세운 카드는 스포츠 마케팅이다. 2010년 서울 히어로즈와 인연을 맺으며 시작된 스포츠 마케팅이 이제는 역대 최대 실적 행보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현재 체코에 현지공장을 짓는 등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불어 스포츠 마케팅도 더욱 강력히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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