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1일 '인천-사이판' 공동운항 노선에 대한항공 가격정보(왼쪽)와 진에어 가격정보.<각 사 홈페이지 예매화면 캡처>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얼마 주고 타셨어요?”

같은 항공기 옆자리에 앉은 A씨가 B씨에게 물었다. 같은 항공기, 같은 좌석에 받는 서비스도 같은데 가격이 차이가 날까 싶다. 그런데 A씨의 항공가가 약 30만원 더 비싸다. A씨와 B씨의 항공권 차이점은 무엇일까.

◇ 공동운항인데 가격 천지차이

두 사람간의 차이점은 단 하나다. 항공권을 예매한 사이트가 다르다는 것. A씨는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사이트에서, B씨는 저가항공사인 진에어 사이트에서 각각 예매했다. 두 항공사가 코드쉐어(공동운항)을 맺은 노선이다.

최근 대형항공사(FSC)와 저가항공사(LCC)간의 공동운항이 확대되고 있다. 타 항공사의 노선 중 좌석 일부를 자사의 항공편명으로 판매하는 공동운항은 노선 확대의 효율성이 뛰어나 항공업계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형항공사와 계열 LCC간의 결합이 두드러진다. 대한항공은 진에어와 총 15개 해외노선을 공동운항 한다. 아시아나항공도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국내2개, 해외 12개 노선을 공동 운항하고 있다.

문제는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사 간 공동운항편에 가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인천-사이판’ 공동운항 노선 가격은 오는 11일 기준, 15만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은 편도 42만원, 진에어는 27만6000원에 예매 가능하다. 같은 항공기에 같은 스케줄, 같은 노선인데 가격차이가 14만4000원이나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날 아시아나에서 ‘부산-씨엠립’ 공동운항편을 예매하려면 57만1200원을 내야한다. 반면 에어부산 홈페이지에서 같은 항공편을 예약하면 32만원이 든다. 실속항공권으로 구매하면 26만원까지 내려간다. 아시아나 이용객이 최대 31만원을 더 내야하는 셈이다. 운항사는 에어부산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코드쉐어 운임은 평균 항공권보다는 저렴한 편”이라며 “공동운항 사실을 홈페이지에 고지하고 있는데 일부 고객들이 규정을 정확히 읽지 않고 예매한 후 가격이 다르다고 불만을 터트린다”고 말했다.

◇ 무늬만 대형항공, 서비스는 저가항공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형항공사와 저가항공의 공동운항편은 저가항공에서 운항을 도맡는다.

항공기뿐만 아니라 기내서비스도 저가항공 수준에 맞춰서 제공된다. 공동운항편 제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운항사 기준을 따른다. 사전좌석배정, 아기바구니, 특별기내식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형항공사가 공동운항편 가격 차이의 이유로 꼽는 대형항공사 마일리지 적립도 실상은 달랐다. 아시아나는 공동운항편의 마일리지에 자사가 아닌 실제 운항하는 저가항공사의 적립율을 적용했다.

좌석 업그레이드도 어렵다. 기자가 직접 예매를 진행해 본 결과 대한항공은 공동운항에 마일리지 사용이 불가능했다. 대한항공 측은 진에어 운항기에 마일리지를 사용해 좌석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예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운항편에 대한 소비자 혼란을 막고자 지난달 12일 ‘항공교통이용자 보호기준’을 제정했다. 공동운항에 판매사와 운항사간 운임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정확한 운임 액수 차이는 밝히지 않아도 된다. 소비자가 각 예매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직접 운임 차이를 비교해야 한다.

수하물 정책에 대한 고지도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실제 수하물 요금과 무료 허용중량 또는 개수를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나는 ‘타항공사 연결시 타항공사 자체 수하물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라는 한 줄로 고지를 끝냈다.

정작 규정을 만든 국토부는 실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예매를 끝까지 해보셨냐”며 “해당 부분을 확인해보진 못했는데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고지할 수도 있지않냐”고 반문했다. 국토부의 보호기준이 규정에 그치면서 공동운항 예매에 혼선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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