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단둘이서>에 출연한 서미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977년. 한 여성이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커다란 눈과 세련된 미모, 싱그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이 여성은 광고 한 편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제1회 미스롯데로 뽑힌 서미경이 그 주인공이다.

10살 때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한 서미경은 1970년대 많은 사랑을 받은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는 1977년 미스롯데로 선발된 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란 문구로 유명한 광고에 출연하며 톱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녀의 인기는 지금의 수지, 혹은 송중기에 버금갈 정도였다.

◇ 절정에서 떠난 그녀, 신격호 ‘막내 사모님’ 되다

최절정을 달리던 1981년, 그녀는 돌연 연예계 은퇴를 선언한다. 충격적인 결정이었지만, 서미경은 아무런 미련 없이 그대로 연예계를 떠났다. ‘짧지만 강하게’ 시대를 풍미했던 서미경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갔다.

몇 년 뒤. 서미경은 다른 이유로 또 한 번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과 사이에 딸을 낳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가 낳은 딸 신유미는 1988년 호적에 이름을 올리며 롯데가(家)의 일원이 됐고, 신격호 회장과 서미경의 ‘사실혼’ 관계도 정설로 굳어졌다. 일본으로 유학을 간다던 당대 최고 여배우는 그렇게 재벌가 ‘막내 사모님’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이후 서미경은 은둔의 삶을 살았다. 연예계는 물론이거니와 어떠한 공식석상에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이 포착되는 일조차 드물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마냥 숨을 죽이고 산 것은 아니다. 대외적인 활동은 없었지만, 롯데가의 막후 실세로 통했다. 서미경과 딸의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 지분 및 거액의 부동산 보유, 서미경 가족회사의 알짜 사업 영위, 서미경을 둘러싼 일화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미경과 그 가족이 운영하는 유원실업, 유기개발 등은 롯데시네마 영화관 매점 사업과 롯데백화점 식당 운영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서미경과 딸 신유미가 보유한 부동산 규모는 알려진 것만 1000억원대에 달한다.

특히 서미경을 둘러싼 일화는 흥미롭다. 지금은 구속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의 기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으며 “내가 네 엄마니 반말해도 되지?”라고 했다는 것이다. 서미경은 20대, 신영자 이사장은 40대였던 시절의 일화다.

이 일화가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서미경을 그 누구보다 각별하게 여긴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신격호 회장은 자녀들 중에서도 맏딸인 신영자 이사장을 유독 아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런 신영자 이사장조차 서미경을 향한 신격호 회장의 사랑을 꺾진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미경은 겉으로는 잊혀진 ‘은둔의 미스 롯데’지만, 내부적으로는 심상치 않은 ‘힘’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가의 진정한 ‘여왕’은 신격호 회장의 둘째부인이자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도, 신영자 이사장도 아닌 서미경’이란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최근 추가로 드러난 서미경 가족의 행보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서미경의 두 형부는 그녀가 롯데가에 입성한 뒤 롯데그룹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임원은 물론 대표까지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 서미경 향하는 검찰 칼 끝… ‘35년 장막’ 벗기나

서미경이 최근 들어 다시금 주목 받기 시작하는 이유는 검찰 수사 때문이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등을 전방위 수사 중인 검찰은 서미경을 둘러싼 불법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번 주에 소환 조사를 하려 했으나, 서미경의 개인 사정으로 소환 일정이 미뤄졌다. 서미경은 현재 일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신격호 회장이 자신이 보유 중이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신영자 이사장과 서미경, 신유미 등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거래 및 세금 탈루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신유미는 ‘무상급여’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실제 근무는 하지 않은 채 급여만 챙겼다는 것이다. 서미경·신유미 모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세금 탈루와 비자금 조성 개입, 롯데그룹으로부터의 부당한 특혜 수혜 등 다른 정황 및 혐의가 포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서미경이 35년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지다. 검찰이 비공개로 소환조사할 가능성도 있지만, 향후 혐의가 드러난다면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에서 굴지의 재벌가 사모님으로 변신한 뒤 35년간 장막에 가려져 있던 은둔의 미스 롯데 서미경. 그녀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날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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