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해당 업체(사진)를 압수수색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 홍보대행업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재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재계에서 ‘마당발’로 알려진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이하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 그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 창구'라는 의혹을 사며 검찰의 집중 표적이 됐다.

그는 정재계는 물론 법조계 고위급 인사들과 인맥을 자랑하며 기업 관련 분쟁에 개입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효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분쟁에 이름을 올렸다.

◇ ‘로비 창구' 의혹, 박수환 대표 구속영장

대우조선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은 24일 박 대표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 22일 박 대표를 소환해 21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인 바 있다. 박 대표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사이에서 ‘연임 로비’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그가 남 전 사장 재직 시절 20억대 특혜성 일감을 수주하고, 그 대가로 민 전 행장에게 연임 로비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남 전 사장의 재임 시기인 2009~2011년에 대우조선은 뉴스컴과 26억대 홍보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표는 민 전 행장과 돈독한 친분을 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단순한 홍보 계약일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박 대표는 재벌가 경영권 분쟁이나 금융·산업 분야의 홍보 업무를 맡으면서 각계 고위급 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홍보 업무를 맡기도 했다. 수년전부터는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에 적극 개입하며 재계에 이름을 알렸다.

효성가 오너일가 분쟁에 개입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 대표는 2014년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친형인 조현준 사장 등을 비롯한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을 배임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을 때 조 부사장 측 언론 창구 역할을 맡았다.

▲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왼쪽)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사장.
당시 박 대표는 최근 논란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조 전 부사장 측의 ‘분쟁 대응팀’의 한 축이었다. 검찰 출신인 우 수석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초까지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을 맡다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우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간 후에도 ‘효성가’ 분쟁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태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박 대표를 ‘멘토’라고 지칭할 정도로 깊은 신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의 깊은 공조 관계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올해 3월까지 조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동륭실업의 비상임이사를 맡았다.

또한 박 대표는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과 차남 강문석 사장 사이의 계열사 구조조정을 둘러싼 다툼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도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분쟁 대응’ 목적으로 세운 SDJ코퍼레이션에는 민유성 전 행장과 그의 경기고 동창인 김수창 변호사 등이 각각 자문과 법률대리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과 친분이 깊은 박 대표가 롯데 경영권 분쟁에도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김수창 변호사는 조현문 전 부사장 관련 소송의 법률대리인도 맡고 있다. 

 ◇ ‘박수환발 악재’에 신동주-조현문, 경영 분쟁팀도 ‘흔들’

‘형제 간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 전 부사장과 신 전 부회장은 박 대표와 민 전 행장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후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박 대표와 그의 지인을 중심으로 꾸려진 ‘경영 분쟁’ 대응팀이 사실상 와해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우 수석 이슈까지 겹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언론대응팀’과 ‘법률 대응팀’도 해체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돈다.

SDJ코퍼레이션 조직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전 부회장을 보필해왔던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는 24일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물러났다. 정 상무는 산업은행 출신으로 민 전 행장의 측근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사임 배경에 대해 민 전 행장과 관련된 논란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에게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검찰은 박 대표가 홍보 업무 범위를 넘어 론스타와 외환은행 간 분쟁, 효성가 형제 간 분쟁,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그룹 간 분쟁 과정에 ‘송사 컨설팅’을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유력 인사와의 커넥션도 드러날 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