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태 삼보컴퓨터 전 회장이 올해 5월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이용태 삼보컴퓨터 전 회장이 지난 5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초 PC 개발, 행정전산망 통합, 두루넷 설립 등 국내 IT 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이 전 회장이지만, 수십 년이 지난 현재 과거의 영광은 찾을 곳이 없다.

◇ 국내 최초 PC시장 뛰어든 이용태

이용태 전 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와 미국 유타대학에서 이학박사 과정을 거친 학자 출신이다. 선진국들의 전유물이던 PC(개인용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1980년 6명의 멤버들과 자본금 1000만원으로 삼보전자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듬해 국내 최초 PC인 'SE 8001'을 시장에 내놨다.

1982년부터는 한국데이타통신 초대 사장을 맡으며 행정전산망 통합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전자정부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가 만든 삼보컴퓨터는 1989년 PC수출 1억 달러 돌파 기록을 세웠고, 1992년 무선호출 사업자로 선정돼 삐삐사업도 추진했다.

1996년에는 한국전력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국내 최초의 초고속 통신업체 ‘두루넷’을 설립했다. 두루넷은 서비스 1년만인 1999년 가입자 10만명을 확보했고, 같은 해 국내 기업 최초로 나스닥에 직상장 됐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어느 재벌 못지않게 성장한 것이다.

◇ 삼보의 몰락, 원인은?

탄탄대로를 달리던 삼보컴퓨터가 무너진 데는 PC 시장 경쟁에서 도태된 탓도 있지만 ▲2세 경영진의 무능 ▲국내 정치적 영향이 컸다.

이용태 전 회장의 차남 이홍선씨가 대표를 맡은 ‘나래이동통신’은 삐삐 사업으로 재미를 본 이후 시티폰 사업에 적극 뛰어들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공중전화 옆에서 발신만 가능한 씨티폰의 특성상 성장에 한계가 분명했음에도 불통 지역을 없애기 위해 과잉투자를 감행한 것.

당시 삼보컴퓨터와 나래이동통신, 두루넷을 거친 김도진씨는 ‘모험을 꿈꾸는 후배에게’라는 책을 통해 “무선호출 사업으로 돈을 벌자 서서히 오너들이 전면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전문경영인들이 보여주지 못한 뭔가를 보여야 한다는 의욕과 강박관념”이라고 서술했다.

삼보컴퓨터의 몰락에는 두루넷 사업의 좌초도 일조했다. 김대중 정부 들어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을 막기 위한 정책이 시행됐고, 한국전력공사는 통신망 설치를 중단하고 파워콤이라는 통신 자회사를 설립했다.

한전 통신망을 임대해 사업을 진행한 두루넷으로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결국 삼보컴퓨터의 담보로 1조원을 대출해 자체 통신망 설치에 나섰지만, 자금난 압박에 두 회사 모두 법정관리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경영권을 모두 내려놓고 아이들의 인성 교육 등 교육 사업가로 변신했다.

◇ 이용태 전 회장 파산신청, 가능할까

이 전 회장의 이번 파산신청은 2005년 삼보컴퓨터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부담했던 채무와 이자 총 150억원 가량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인은 건물 등 자산을, 차남인 이홍선씨는 TG앤컴퍼니 회장직을 맡고 있어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소득이 없고 연령대가 높다면 대부분 파산면책을 받지만, 가족이 보유한 재산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파산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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