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가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조치에 대한 대응을 놓고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국내 카드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소비 부진에 ‘비자카드 수수료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비자카드 사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수개월째 속만 끓이고 있어 ‘골칫거리’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는 다음 달부터 비자카드에 대한 불매운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에 대한 반발 차원이다.

◇ 강경 대응한다더니 ‘미적미적’

지난 5월 비자카드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인상한다고 8개 카드사에 통보했다. 또 해외분담금과 해외 결제수수료, 데이터 프로세싱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 카드사가 비지카드에 내는 수수료도 함께 인상키로 했다. 이 같은 수수료 인상은 국내 카드사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채 한국 시장에만 수수료 인상이 단행됐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다음 달 초부터 시민단체들끼리 모여 불매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라며 “우선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횡포를 알리고, 사용 거부를 촉진하는 퍼포먼스 시위나 캠페인 등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이 적극적인 대응 태세에 돌입한 반면, 카드사들 대응은 초반 기세에 비해 꺾인 분위기다.

카드사들은 초기에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공동 ‘항의 서한’을 전달하는 등 강력 반발하는 태세를 보였다. 지난달에는 8개 전업계 카드사가 한 자리에 모여 ‘본사 항의 방문’과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방침도 정했다. 
 
하지만 그뒤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비자카드 본사 방문 일정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여신금융협회는 비자카드에 본사 방문 의사를 전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본사 방문’을 두고도 카드사들 간에 의견이 엇가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공정위에 제소한다는 계획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카드사들은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이 ‘시장지위남용’ 행위로 보고, 공정위 제소 등 법정 대응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각 카드사는 개별적으로 법무법인 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도 서로 간 ‘눈치 보기’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 카드사가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조치에 대한 대응을 놓고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AP/뉴시스>
업계에선 국내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카드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54%에 달한다. 중국과 일본이 각자 독자적인 해외 결제망을 구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비자카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카드사로선 수수료 인상 조치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본사 항의 방문과 공정위 제소 조치도 압박 수단에 그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 독자적 결제망 구축 등 실질적 해결책 필요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사실 대응 방안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비자카드는 계약상으로도 수수료 고지의 근거를 갖추고 있다. 다만 정확한 근거 없는 일방적인 인상은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일 수도 있다는 게 카드사들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를 통해 풀어가는 것”이라며 “본사 방문과 공정위 제소는 그 뒤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독자적인 ‘해외 결제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용 문제로 당장 이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이번 사태로 독자적인 결제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선 점차적으로 비자카드 등 글로벌 브랜드 외에 해외결제망 구축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비씨카드는 미국의 디스커버와 제휴를 맺고 해외 사용이 가능한 카드를 2011년 출시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부터 일본 NTT데이터와 제휴를 통해 비자나 마스타카드 없이 일본에서 결제가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한 등 8개 전업카드사들은 구글플레이스토어 원화결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알려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