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희 의원실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재작년 구축한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 이달 발생한 경주지진 때 제 역할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국회의원(서울 성북구갑)은 방통위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2일 경주 강진발생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축한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이 먹통이 됐다고 21일 밝혔다.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은 지진 발생 시 각 방송사가 기상청에서 받은 재난 문구를 별도 자막처리 없이 ‘확인’ 버튼만 눌러 10초 만에 TV화면에 내보내는 역할은 한다.  방통위는 2014년 정부예산을 들여 주요방송 사업자 10곳을 대상으로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진 당시 기상청으로부터 지진속보를 받았는데, 시스템의 오류와 자막송출을 위한 여러 가지 확인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진 자막송출시스템의 오류도 큰 문제지만 주요 10개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시간이 너무 늦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방송발전기본법 제40조는 재난 발생 시 방송법에 규정된 방송사업자들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보도하도록 하는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유승희 국회의원이 10개 주요방송사업자의 재난방송 보도 평균 시간을 분석한 결과 기상청 지진속보 발표 이후 평균 7분정도 늦은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7시45분 첫 지진 시에 MBC의 경우는 18분, SBS는 15분, JTBC 14분, EBS 8분, TV조선·채널A 7분, YTN 6분, 연합뉴스 5분, MBN 3분, KBS 2분 늦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지진자막송출시스템이 지진 발생 인근 국민의 신속한 탈출 등을 돕기 위해 10초 내에 발송되도록 설계됐지만, 주요 방송사 화면에 자막이 보이기까지 100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기상청이 20시34분에 발표한 두 번째 지진 속보 시에 SBS는 17분, MBN 9분, MBC 8분, YTN 7분, EBS 6분, TV조선 4분, 채널A 2분, 연합뉴스 1분으로 나타났고 JTBC, KBS는 뉴스를 통해서 제 시간에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승희 국회의원은 “두 번째 지진 시 KBS가 가장 빠른 시간에 보도를 했지만, 국가재난주관방송사로서의 역할에는 한참 못 미쳤다”며 “단순 상황묘사에만 그쳤던 보도의 질적 수준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승희 국회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는 국가재난상황 시 작동해야 할 자막송출시스템이 먹통된 것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재난방송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방송사 재승인 기준에 반영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지진이 발생하면 1분안에 자막방송이 시작되고, 2분안에 뉴스특보로 전환되어 국민들에게 신속한 상황을 전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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