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기업은행장 후보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유력하게 거론돼 논란이 뜨겁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기업은행장 인선을 둘러싸고 금융권이 들썩이고 있다. 현 정권 실세로 꼽히는 인사가 유력한 행장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최근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차기 행장 후보로 유력하다는 설이 파다하다. 금융권에선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낙하산 투입 움직임을 감안하면 풍문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기업은행장 낙점설 

 권선주 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인 권 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된다. 지난 3년간의 경영 실적은 준수하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연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국책은행장의 연임 사례가 많지 않은데다, 벌써부터 정권 유력 인사의 내정설이 떠돌고 있어서다.

이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인사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다. 친박 핵심 인사인 현 전 수석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권 유력 기관 낙하설이 불거졌던 인물로, 국민은행장 후보로 거론된데 이어, 최근엔 기업은행장 후보로 떠올랐다. 당초 기업은행장 내정설에 휘말렸던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됐다.

금융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4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에 대해 일자무식과 다를 바 없는 현 전 수석은 기업은행장은 물론 어떤 금융기관장으로도 부적격한 자라며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본부장을 거쳐 2004년 부산시장 정책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18대 국회의원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역임했다. 주택은행 출신이긴 하지만 금융 경력은 짧다.

금융노조는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막중한 정책금융을 책임지고 총괄해야 할 뿐 아니라 시중은행과의 치열한 경쟁도 흔들림 없이 이끌어가야 하는 자리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권력형 인사가 선임된다면 건실하게 성장해온 기업은행을 순식간에 파탄내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강력 저지 의사를 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틈만 나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노림수를 거둬야 한다정부가 끝까지 낙하산 인사를 강행한다면 총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 전 수석이 국민은행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점을 지적하며 민간 은행의 반발을 이길 자신이 없었는지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업은행장 자리로 노선을 변경했다고 비판했다.

노조 반발에도 선임 강행할까

현 전 수석 내정설은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낙하산 인사 논란과 관련해 권선주 행장을 상대로 집중 질의했다.

권선주 행장은 이날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지만,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 제도의 도입을 논의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데다, 정권의 입김을 받는 기관이 이를 쉽게 결정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서다.

 최근 금융권의 인사 흐름을 보면, 이 같은 우려는 기우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정권 말에 접어들면서 금융권에선 낙하산 인사가 활개를 치고 있다. 금융권 노조의 강력 반발에도 각종 금융기관에 관료나 정치권 출신 인사를 요직에 앉히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정권말 보은 인사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정권에 직접 영향을 받는 기업은행장 인선도 이런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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