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회의장이 가족의 사생활까지 공격하는 여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의 부인 최혜경 여사는 ‘그림자 내조’로 유명하다. 정세균 의장이 5선 고지에 오를 동안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서 정세균 의장이 민주통합당 경선에 뛰어들었을 때도 공식 활동보다는 봉사활동을 택했다. 바깥일로 바쁜 남편을 대신해 자녀 교육과 집안일에 열중해온 만큼 뒤에서 조용히 돕는 게 옳다고 믿었다. 그러다보니 언론에 오르내릴 일이 없었다. 정치권의 공세에 휘말릴 일 또한 없었다. 때문에 여당에서 제기하는 ‘황후 쇼핑’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가족의 사생활까지 공격하는 여당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 부인 씀씀이마저 도마 위에 오르자 심기 불편

‘황후 쇼핑’은 최혜경 여사가 이용한 관용차에 현대백화점에서 발급하는 자스민 카드가 붙여있다는 게 근거가 됐다. 자스민 카드는 연간 3500만원 이상 구매 실적을 기록한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씀씀이가 큰 게 아니냐”면서 “만약에 매출 없이 카드를 그냥 받고 편의를 제공받은 게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가계까지 끌어들인 데 대한 비난 여론을 감안한 카드 특혜 의혹 제기다.

의혹 제기는 오는 20일과 21일 예정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욱 거세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 야권에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차은택 씨의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한 일종의 ‘협상용’ 카드로 해석하고 있다. 정세균 의장 측에서도 의견이 다르지 않다. 정권 차원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야권 출신의 의장을 화제 전환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새누리당은 ‘황제 방미’ 의혹을 제기했다가 망신을 산 바 있다. 정세균 의장이 부인과 동행해 1등석 비행기를 이용한 점, 뉴욕과 워싱턴에서 열린 교민간담회에서 시계를 선물한 점,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추가한 점 등을 두고 ‘특권’이라 주장했으나 확인된 사실은 외교적 관례였을 뿐 일탈은 없었다. 대통령 다음으로 의전서열이 높은 국회의장은 1등석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고, 미국 하원의장의 공식 초청에 따른 방미인 만큼 부부동반이 당연했다.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공무상 동행하는 공무원의 배우자는 동일한 수준의 여비를 받는다.

▲ 정세균 의장과 야당 측은 여당의 억지 주장에 대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차은택 씨의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한 일종의 ‘협상용’ 카드로 해석했다. <뉴시스>
시계 선물 또한 방미 예산 가운데 공식선물 제작비 항목에 따랐다. 실제 역대 국회의장들도 해외 교민간담회를 할 때 선물을 해왔다. 박희태 전 의장은 시계와 넥타이를, 김형오 전 의장은 시계와 본인의 저서를, 정의화 전 의장은 시계와 자개보석함을 건넸다. 반면 정세균 의장은 시계만 증정하고 돌아왔다. 샌프란시스코 일정은 현지 취재진에게도 사전에 공개한 일정으로 확인됐다. 다만 공식 일정이 종료된 다음날 귀국길에 오른 것은 인천행 직항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세균 의장 측은 “호텔로 찾아온 딸을 만난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 “나 때문에…” 맨입 발언 파문에 김부겸 사과

사실상 새누리당의 헛발질로 끝난 모양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글부글 끊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강창희 의장의 비서실장을 역임한 바 있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황제 방미’ 의혹으로 불거진 해당 내용에 대해 모를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도를 넘었다”며 눈총을 보냈다. 무엇보다 정세균 의장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자신을 향해 두 번이나 “야”라고 외친 것과 새누리당이 ‘맨입 정세균 사퇴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에 내건 데 대해 화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도리어 정세균 의장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사람은 김부겸 민주당 의원이었다. 이른바 ‘맨입 발언’의 파문이 자신 때문에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지역구인 대구에 머물다 국회에 복귀해 정세균 의장에게 그간 진행된 과정을 물었고, 당시 ‘맨입’이라는 단어가 마치 정세균 의장의 속마음인 것처럼 왜곡됐다. 김부겸 의원은 “여당의 주장은 얼토당토않다”면서 “정세균 의장에게 너무 미안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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