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집값이 요동치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관적이지 않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의 부동산 시장 규제움직임에 강남 재건축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지역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의전화는 많이 오는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매도자나 매수자 모두 발만 동동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혼란은 지난 14일 오후 발표된 보금자리론 요건 강화가 촉발했다. 보금자리론은 서민들의 ‘내집장만’을 위한 주택담보대출로 9억원 이하의 주택에 최대 5억원 한도 내에서 대출해주는 제도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의 배정금액을 모두 소진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기존 9억원 이하의 주택을 3억원으로 축소하고 대출한도도 1억원으로 줄이는 등 금융당국이 요건을 강화하고 나섰다.

◇ “그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여기에 국토부가 강남 등 일부지역을 부동산 투기 과열지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정부가 부동산 이상과열과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위해 칼을 빼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런 규제움직임에 정부와 금융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가계부채가 천 조를 넘어 1260조에 육박했다. <데이터=한국은행>
19일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고분양가 대책에 이어 보금자리론 제한조치 또한 진단과 방법이 잘못됐다”며 “‘보금자리론 중단’이 가계부채 관리대책인지 주택경기 과열 대책인지 불분명하고, 일방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민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잃게 될 것이며 제 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 정책이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지속되는 한, 그 폐해는 서민층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이 커지자 당국이 후속조치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금융위원회는 설명회를 열고 보금자리론 요건강화에 대해 “개편된 보금자리론은 서민 실수요자 공급에 집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개편 전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경우, 이전 요건이 적용되며 서민의 57%는 개편 이후에도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화된 요건은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내년에는 새로운 상품구조로 보금자리론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투기과열지역 지정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경기부양’이냐 ‘집값안정’이냐, 일관성 잃은 정부정책

그럼에도 시장의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불안감이 원인이다. 실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취임 당시 “한 여름에 겨울 옷을 입은 격”이라며 LTV·DTI 등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한국은행도 보조를 맞춰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부동산 시장을 지렛대 삼아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였고, 구체적으로는 ‘빚내서 집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불과 2년 만에 1000조원에서 1250조원으로 폭증한 가계부채가 뇌관으로 작용하자 정책에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도 부동산 과열을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 가계부채 증가분은 8조70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금융당국으로서는 가계부채 증가 폭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대책 중 하나로 주택공급량 조절안이 있었다는 점이다.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과열양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책임을 지고 혼란을 수습해야할 중차대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 사이 엇박자가 나왔다. 13일 기재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8·25 대책 효과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DTI 조정이나 집단대출 가이드라인 등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8일 정무위 국감에 출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DTI를 강화한다는 계획은 없다”고 시각차를 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경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LTV : 주택가격 대비 대출비율을 지칭하는 용어로, 금융기관이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LTV 비율이 70%라면, 시세 10억 짜리 아파트에 은행은 최대 7억까지 대출을 할 수 있다. LTV 비율이 높을수록 같은 담보로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행 70%로 설정돼 있다.

*DTI : 연간 총소득에서 부채의 연간 원리금 상한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간 총소득이 1억이고 DTI가 50%로 설정돼 있다면, 대출규모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5천 만원을 초과할 수 없다. DTI 비율이 높을수록 같은 소득이라도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현행 60%로 설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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