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조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서게 된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사조그룹이 사실상 3세 체제로 전환하며 승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후계자 중 한 명이었던 차남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승계작업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편법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8일 공시에 따르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은 사조산업 주식 25만주를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같은 날 사조해표 역시 사조산업 주식 5만주를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에게 팔았다. 두 거래 모두 지난 25일 시간외매매로 이뤄졌으며, 취득 및 처분 단가는 6만1100원이었다.

이로써 19.94%였던 주진우 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은 14.94%로 낮아졌다. 반면, 사조시스템즈는 18.75%에서 23.75%로 오르며 최대주주가 됐다. 주진우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상무의 지분도 3.87%에서 4.87%로 올랐고, 주지홍 상무는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가 주지홍 상무라는 점이다. 주지홍 상무는 39.7%의 사조시스템즈 지분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주진우 회장의 13.7%와 기획재정부의 7.1%, 그리고 사조그룹 계열사 및 장학재단, 자사주로 이뤄져있다. 사조시스템즈는 사실상 주지홍 상무의 개인회사인 셈이다. 따라서 이번에 주진우 회장 및 사조해표로부터 옮겨간 주식 30만주는 모두 주지홍 상무에게 향한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번 주식거래를 통해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으로 새롭게 구축됐다. 사조산업이 주요 계열사 지분을 거느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지홍 상무와 사조시스템즈는 이제 사조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맨 꼭대기에 위치하게 됐다. 3세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 최근 사조산업 지분구조 변화 및 사조그룹 지배구조 변화. <시사위크>
◇ 차남 돌연 사망에 승계작업 ‘박차’

사조그룹의 당초 3세 체제 ‘밑그림’은 지금과 달랐다. 장남 주지홍 상무는 사조인터내셔널, 차남 고(故) 주제홍 전 사조해표 이사는 사조시스템즈를 지배하며 이를 승계작업의 발판으로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2014년 7월 차남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장남이 유일한 후계자로 남았고, 후계작업엔 속도가 붙었다. 차남이 남긴 사조시스템즈 등 계열사 지분은 부모인 주진우 회장 부부가 아닌 장남에게 주로 상속됐다. 이후 2년여에 걸쳐 사조시스템즈 중심의 지배구조 정리가 착착 진행됐다. 또 다른 ‘승계작업용 계열사’ 사조인터내셔널은 사조시스템즈에 합병됐다.

그리고 이번 주식거래를 통해 비로소 3세 주지홍 체제를 완성했다. 예상은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향후에는 주지홍 상무 및 사조시스템즈가 점차 지분을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승계작업이 마무리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 결코 피할 수 없는 편법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승계작업의 핵심역할을 한 사조시스템즈는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덩치를 키운 곳이다.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용역경비업, 광고대행업, 컴퓨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개발판매업, 전산업무 용역업 등을 사업목적에 두고 있으며, 한때 연간 내부거래 비중이 90%를 넘기도 했다. 사조인터내셔널 역시 마찬가지다. 내부거래 비중이 99%에 달한 적도 있을 정도로 전폭적인 그룹 지원을 받았다. 덕분에 사조시스템즈는 매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며 수익을 거뒀고, 이렇게 모인 자금은 지배구조 완성에 투입됐다.

이는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일가 개인회사를 키우고, 이를 승계에 활용하는 전형적인 ‘편법 승계’ 수법이다. 다만, 사조그룹의 경우 자산총액이 규제수준에 미치지 않아 별다른 제재 없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계열사 키우기가 가능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관계자는 “사조그룹은 차남이 갑자기 사망하지 않았더라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승계작업이 진행됐을 것”이라며 “결국 사조그룹은 정상적인 방법보다 훨씬 저렴하게 승계를 마무리 짓게 됐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