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 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단언했다. 박근혜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 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말했다. 두 사람에 대한 개인적 친분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부인했다. 최씨가 문화체육관광부를 통해 조직위의 인사를 개입했다는 의혹을 반박한 셈이다. 앞서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김진선 전 강원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희범 위원장으로선 답답한 심정이지만, 상황은 녹록치가 않다. 체육계 안팎으로 최씨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노리고 움직였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올림픽에는 13조8000억원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다.

◇ 더블루K 설립과 평창 땅 23만㎡ 매입의 수상한 배경

의혹의 배경에는 ‘더블루K’가 있다. 문제의 ‘K스포츠재단’이 설립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 1월12일 세워졌다. 최씨가 지분 100%를 보유했고, 그의 측근으로 불리는 고영태 씨가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K스포츠재단의 일감 몰아주기와 자금세탁 의혹이 일자 지난 9월 사무실을 폐쇄했다. 문을 닫기 전까지 집중했던 사업은 평창동계올림픽 시설공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공사는 올해 조달청이 발표한 공공부문 시설공사 발주 규모에서 가장 컸다. 약 3334억원이다.

올림픽 시설공사 경력이 전혀 없는 더블루K는 설립 직후 스위스의 스포츠시설 전문 건설회사인 누슬리에 접촉했다. 양측이 본격적으로 사업 협력을 논의한 것은 3월로 추측된다. 서울에서 더블루K와 누슬리 경영진이 만난 것. 이 자리에는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종 문광부 제2차관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다. 당시 김종덕 문광부 장관이 해당 공사를 누슬리가 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하지만 조직위가 반대하면서 더블루K의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 최순실 씨의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과 김종 제2차관의 협조가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뉴시스>
실제 조직위는 문광부와 마찰이 적지 않았다. 올림픽 마스코트 선정에서도 의견차를 드러냈던 것. 조직위에서 호랑이를 주장한 반면 김종덕 전 장관은 진돗개를 고집했다는 후문이다. 이번에도 조직위의 방침대로 결정됐다. 조직위 사업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던 김종덕 전 장관은 차은택 씨와 사제지간이다. 차씨는 최씨의 측근으로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결정권을 가진 조양호 회장이 문광부와 맞서면서 최씨의 눈 밖에 났고, 이는 그의 사퇴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앞서 최씨는 올림픽 유치 지역인 평창 일대의 땅 23만㎡를 사들였다. 축구장 32개 규모의 면적이다. 공교롭게도 매입은 평창에서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서기 바로 직전인 2002년부터 시작해 2008년까지 계속됐다. 임야와 목장용지 등 토지의 용도는 상관없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나왔다. 올림픽 유치가 두 차례 무산되자 당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이던 김진선 전 강원지사에게 “내 땅값 물어내라”며 책임을 추궁했다는 얘기다. 현재 김진선 전 강원지사는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최씨의 조카 장씨도 올림픽에 매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6월 설립한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그 일례다. 2년여 동안 문광부로부터 6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센터는 올해 여름 꿈나무 선수 5명과 2명의 지도자 총 7명을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보내면서 1억6000만원을 넘게 사용했다. 비슷한 기간 스키협회가 파견한 성인 국가대표팀 14명의 전지훈련 비용보다 더 많다.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장씨와 가까운 한 관계자에 따르면, 센터 설립은 올림픽 이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전초 작업으로 장씨는 캐릭터와 기념품 등 다양한 계획을 구상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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