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12월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엘시티 더샵' 건설현장에서 기초 콘크리트 타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부산의 뇌관으로 떠오른 엘시티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검찰은 500억대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복 청안건설 대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검찰이 관련 수사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독 긴장하는 기업이 있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손사래 치던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선뜻 나선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가 보내지고 있다.

◇ 검찰, 수사 조직 보강하고 이영복 대표 공개수배로 전환

부산 정가를 뒤흔들고 있는 엘시티 수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일 500억대 비자금이 조성된 의혹을 받고 있는 엘시티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은 부산시청과 시의회, 해운대구청, 부산도시공사 등 관련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엘시티 수사 조직을 보강한지 9일 만에 이뤄졌다. 지난 25일 사건을 동부지검에서 부산지검 특수로 이첩한 검찰은 수사 인원을 대폭 강화했다. 수사를 진두지휘할 부장, 차장 검사에는 조직에서 손꼽히는 ‘특수통’을 앉혔다.

최근 검찰의 발 빠른 움직임은 수사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엘시티 비자금 의혹과 관련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검찰은 3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영복 청안건설 대표 검거에 애를 먹고 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청안건설은 엘시티 시행사다. 이 대표는 엘시티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500억에 가까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2조7000억원 규모의 엘시티 건설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서 부산 유력 인사들에게 이 돈을 사용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이 대표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검찰의 소환통보가 있던 8월 이후 그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미궁에 빠진 이 대표의 행방을 쫓기 위해 부산지검 특수부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지난달 27일 이 대표와 비서의 인상착의가 담긴 전단을 공개하고, 전국에 공개 수배령을 내렸다.

◇ 천문학적 피해 감수하겠다며 시공사로 나선 포스코건설

검찰이 엘시티 비자금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유독 표정이 어두운 기업이 있다. 엘시티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이 꺼려하던 엘시티 시공을 포스코건설이 맡겠다며 나선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초리가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사업 초기 엘시티 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었다. 3조원에 달하는 사업비와 초고가 분양가는 건설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말경 청안건설은 중국건축과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중국 시공 1위 업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계약마저 사업비 조달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4월 깨지고 말았다.

이로부터 며칠 뒤 엘시티 시공을 도맡겠다는 건설사가 나타났다. 포스코건설이다. 갑작스레 등장한 포스코건설의 계약 조건은 파격적이었다. 리스크가 큰 ‘책임 준공’을 받아들였다. 시행사가 부도가 나는 등 공사 과정에서 어떤 악재가 발생하더라도 포스코건설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포스코건설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했을 더욱 커진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이명박 정부의 수혜를 받았다는 건 정설로 통한다. 악화된 건설 경기 속에서도 꾸준히 흑자를 내더니, 회사 규모가 6년 사이에 3배 가까이 성장했다. 특히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과 관련해 특혜 의혹 강하게 제기됐다.

이와 관련 본지는 포스코건설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모든 관계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포스코건설 측은 일부 언론을 통해 “엘시티 시공권은 대림과 롯데 등과의 경쟁입찰을 따낸 것”이라며 “수조원의 사업비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책임준공이 불가피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부산 정가를 긴장에 빠뜨린 엘시티는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아파트다. 6만 5934㎡ 면적에 101층 랜드마크타워 1개 동과, 85층 주거 타워 2개 동으로 건설된다. 2019년 11월 말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0월 첫 삽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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